메이저리그(MLB)에서 보낸 시간이 어느덧 7년이다. 그동안 무수한 업적을 쌓아올리며 이미 ‘리빙 레전드’ 반열에 든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못해본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매시즌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 수상이다.
오타니는 지난해 말미 팔꿈치를 다쳐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는 투수가 아닌 지명타자로만 나서며 온전히 타석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타율 0.310, 54홈런 130타점 59도루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기록했다. MLB 역사상 최초의 50홈런-50도루를 작성하면서 MLB 역대 최초의 ‘지명타자 MVP’를, 그것도 만장일치로 받았다.
내년 시즌 다시 ‘투타겸업’을 시작하는 오타니는 ‘건강’이라는 변수에만 문제가 없다면, 타석에서의 성적이 조금은 하락한다고 할지라도 또 다시 엄청난 시즌을 보낼 가능성이 농후하다.
MLB 입성 후 오타니가 완벽하게 투타겸업을 해낸 시즌은 LA 에인절스 시절인 2021~2023년의 3년간이다.
2021년 오타니는 타석에서는 타율 0.257 46홈런 100타점을 기록했고 투수로 23경기에 선발등판해 9승2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하며 자신의 첫 MVP를 무난하게 수상했다.
2022년에는 타석에서 타율 0.273 34홈런 95타점으로 2021년에 비해 성적이 좀 하락했지만, 대신 투수로 28경기에 선발등판해 15승9패 평균자책점 2.33의 눈부신 성적을 냈다. 아메리칸리그 단일 시즌 최다홈런 신기록을 쓴 62홈런의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가 아니었다면 충분히 MVP를 노려볼 수 있었다. 이 시즌 오타니는 MVP 투표 2위에 오름과 동시에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저스틴 벌랜더, 딜런 시즈, 알렉 마노아에 이어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23년에도 오타니의 활약은 이어졌다. 타석에서 타율 0.304, 44홈런 95타점의 무시무시한 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에 올랐고, 투수로 23경기에 선발등판해 10승5패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했다.
‘투타겸업’이 제대로 작동했던 2021~2023년의 3년간 가장 아쉬운 시즌을 꼽으라면 역시 2022년이다. 이해 오타니는 MVP와 사이영상을 모두 수상할 수 있었지만, 끝내 투표에 이름을 올려놓는데 만족해야 했다.
MLB 역사상 한 시즌에 MVP와 사이영상을 동시 수상한 선수는 총 11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투수들로, 오타니처럼 ‘투타겸업’을 하지는 않았다. 오타니가 내년에 투타겸업으로 MVP와 사이영상을 모두 석권하면 그는 또 다른 전설을 쓸 수 있다.
오타니는 22일 MVP 수상 후 ‘내년에 사이영상에 도전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되면 물론 최고겠지만, 먼저 복귀해서 확실한 더 강한 퍼포먼스를 발휘해, 자신감을 갖고 마운드에 오르고 싶다”고 답했다. 자신감을 가진 오타니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