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이후 가장 긴 시간을 회복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 고예림이 이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는 원동력은 다름 아닌 자신의 배구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현대건설이 10일부터 13일까지 경남 고성 일대에서 하계 전지훈련 일정을 소화했다. 선수들은 다가오는 2023 구미·도드람컵과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다양한 훈련을 소화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나 훈련 기간 내내 현장에서 만날 수 없었던 선수가 있다. 바로 고예림이다.

고예림은 현재 양쪽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몰두하고 있어, 이번 전지훈련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대신 13일 고예림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그의 근황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현재 상태와 복귀 시점을 묻는 질문에 고예림은 “수술은 4월 중순에 했다. 먼저 왼쪽 무릎을 수술했고, 1주일 후에 오른쪽 무릎도 수술을 했다. 아직 훈련이나 실전 복귀 일정은 정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다음 달에 재검진을 받을 예정인데, 그때 정확한 복귀 시기가 나올 듯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프로 데뷔 이후 이 정도로 긴 시간이 필요한 부상은 처음”이라고 밝힌 고예림은 재활 과정에서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인지 묻자 “심적인 부분에서 조금 힘들다. 복귀를 했을 때 이전과 같은 몸 상태가 나올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배구선수니까 배구를 해야 하는데 재활만 하고 있으니 조금 기분이 처지는 느낌도 있다. 또 빨리 복귀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조금 느낀다”는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고성 하계 전지훈련에 동참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클 것 같았다. 그러나 고예림은 “아무래도 팀원들이랑 얼굴 못 본지가 좀 돼서, 다들 잘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다. 그래도 SNS로 소식도 보고, 종종 연락도 나누고 해서 괜찮다. 물론 함께 하지 못해서 아쉽긴 하다. 그래도 지금은 잘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이지 않을까”라며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고된 재활로 인해 몸과 마음은 지쳐가고 있지만, 고예림에게는 이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는 든든한 원동력이 있었다. 바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배구를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하고 싶은 것들을 못한 적이 많았다”고 밝힌 고예림은 “이제 몸을 다시 잘 만들면 내가 하고 싶었던 배구를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 그 기대감으로 지금의 시간들을 이겨내고 있다”고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가오는 시즌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도 고예림은 잠시 고민을 이어가더니 “목표라기보다는, 스스로에게 바라는 점에 가까울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나다운 배구를 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몸 상태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했던 나의 배구가 있다. 몸을 잘 만들어서, 하고 싶었던 나의 배구를 해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아프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라며 자신만의 배구에 대한 기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고예림은 “팬 여러분들의 응원을 볼 때마다 힘이 난다. 아직 언제 복귀를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받은 응원들을 잘 간직하면서 복귀를 준비하겠다. 그리고 복귀하는 날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자신과 현대건설을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현대건설의 살림꾼 고예림은 더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기 위해 조금은 긴 시간의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라는 건강한 원동력으로 인고의 시간을 돌파할 고예림이 코트로 돌아와서 보여줄 모습이 궁금해진다.

사진_더스파이크DB(문복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