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대한항공이 칼을 빼들었다. 무릎 부상으로 인해 최근 계속 경기에 나서지 못한 요스바니 에르난데스와의 동행을 마치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그 주인공은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이다.
러셀은 V-리그 팬들에게 아주 익숙한 이름이다. 한국전력과 삼성화재를 거치며 두 시즌 동안 V-리그에서 활약했다. 타점 높은 공격과 불같은 서브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특히 러셀이 삼성화재에서 세운 기록인 8연속 서브 득점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는 V-리그 최고 기록이다.
물론 러셀이 완벽한 외인은 아니었다. 클러치에서의 오픈 공격에는 늘 약점이 있었고, 멘탈적으로도 강인함이 돋보이는 선수는 아니었다. 두 시즌 합산 공격 성공률도 50%를 밑돌 정도로 정교함과는 거리가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다만 요스바니가 100%의 컨디션으로 봄배구에 나서기는 쉽지 않았던 상황에서, 리그 적응이 수월하고 확실한 강점을 갖고 있는 러셀은 구원투수로 적합한 조건을 갖춘 선수임은 분명하다. 특히 서브가 강한 현대캐피탈-KB손해보험을 상대로 서브에서 맞불을 놓을 수 있는 좋은 카드를 손에 넣은 것은 의미가 크다.
이 시점에서 떠오르는 선수 두 명이 있다. 바로 막심 지갈로프와 아르템 수쉬코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 막바지에 기존 외국인 선수를 대체하기 위해 각각 대한항공과 우리카드에 합류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막심은 준수한 활약으로 팀의 우승에 기여했고, 아르템은 부진에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과연 러셀은 둘 중 어느 쪽의 결말을 따르게 될까. 대한항공의 봄배구 운명이 그의 손에 달렸다.
글. 김희수 기자
사진. KO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