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페퍼저축은행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마침내 '7연패'를 끊어냈다. 시즌 2승(7패)째를 기록했다. 이날 페퍼저축은행의 승리 열쇠였던 이한비는 "나 혼자 경기를 끌고간 게 아니"라면서 "코트 안에는 나뿐만 아니라 내가 미스를 냈을 때도 괜찮다며 힘을 불어넣는 동료들이 있다"며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이한비는 이날 안방 광주페퍼스타디움에서 펼쳐친 한국도로공사와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경기에 선발 출장해 팀 최다 17득점과 더불어 리시브효율 37.93%를 적어내며 3-2(25-22, 25-23, 20-25, 20-25, 15-13)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이한비는 1세트 팀이 4-3으로 앞선 상황 한다혜의 2단 연결을 완벽하게 하이볼 처리하며 첫 득점을 기록했다. 계속해서 이한비는 7-7 균형을 맞추는 동점포로 손끝을 데웠고, 이후 클러치 상황마다 활약하며 상대 코트를 뜨겁게 두들겼다.
이한비는 1세트와 마찬가지로 2세트에도 5점을 몰아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이어진 3~4세트는 잠시 침묵하기도 했지만 최대 승부처였던 5세트에 들어서면서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번 제대로 발휘했다.
5세트 시작 휘슬이 불리자마자 이한비는 서브에이스를 작렬하며 기선을 잡았다. 이어 이한비는 퀵오픈으로 7-6, 8-7을 만드는 등 상대 추격 의지를 꺾는 쾌타로 경기를 지배했다. 이한비의 맹활약 속에 14-13까지 나아간 페퍼저축은행은 마지막 순간 승리를 매조지는 미들블로커 장위의 이동공격까지 터지면서 길었던 7연패를 끊어냈다.
경기 후 이한비는 "(승리가 확정된 순간) 아무 생각이 안 났다. 그만큼 이겨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연패를 끊어내 정말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이한비는 "1승 1승이 정말 소중하다. (한국도로공사전 승리는) 이미 지난 일이다. 남은 경기 동안 조금이라도 더 간절하고 악착같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더 많은 승리를 원한다"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장소연 페퍼저축은행 감독은 승리의 비결로 선수들의 간절함을 꼽았다. "선수들이 이기고자 하는 간절함이 있었다"며 자신을 낮췄다.
그러나 정작 이한비는 "평소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간절함을 갖자고 계속 말씀하신다. 저희도 그 말을 듣고 간절하게 하나라도 더 악착같이 올리려 한다. 연습할 때도 하나 하나 끝까지 따라간다. 그런 게 경기에서 나타난 것 같다"며 사령탑을 치켜세웠다.
계속해서 이한비는 "감독님은 섬세한 지도자시다. 여성 감독이셔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선수 생활을 오래 하셨다 보니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신다. 선수가 말을 하지 않아도 무슨 일이 있는지, 괜찮냐고 먼저 말을 걸어주시는 분이다. 지도 스타일도 굉장히 디테일하고 꼼꼼하신 편"이라고 말을 이어갔다.
이한비는 이어 "경기 중에도 감독님이 큰 목소리로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신다. 그래서 항상 바로 옆에 계신다는 느낌을 받는다. 감독님이 '한비야' 하고 부르시면 정신이 번쩍 든다. 정말 좋은 분"이라고 전했다.
경기 전 장소연 감독은 "연패가 길어지다 보니 분위기가 다운되는 느낌이 있다. 선수들에게 자신감 있게 하라고 계속 말해주고 있다"고 했다. 7연패에도 불구하고 이날 페퍼저축은행의 기세가 유난히 좋았던 이유, 어쩌면 여기에 답이 있다.
이한비는 "나 자신을 믿었다. 주춤하는 순간에도 볼은 계속 내려온다. 믿고 결정했으면 때려야 한다"면서 "도와주시는 코칭스태프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코트 안에도 동료들끼리도 계속 자신감 있게 하자는 말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한비는 "나 혼자 경기를 끌고간 게 아니다. 코트 안에는 나뿐만 아니라 내가 미스를 냈을 때도 괜찮다며 힘을 불어넣는 동료들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한비는 "우리는 원팀"이라고 강조했다.
장소연 감독이 시즌 개막 전부터 팀의 무기로 꼽아온 '분위기'가 조금씩 진가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사령탑과 선수들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막내 구단' 페퍼저축은행의 반격이 시작됐다.
사진_KO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