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확실하게 레벨 차이를 보여주겠다는 듯 의지를 다진 손흥민이 중국을 토벌했다.
손흥민은 21일 중국 선전의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C조 2차전 중국과 원정 경기에서 멀티골과 함께 하나의 도움까지 폭발했다.
경기 시작 10분 만에 침착한 페널티킥으로 선제 득점에 성공한 손흥민은 전반이 끝나기 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코너킥을 머리로 돌려넣으면서 멀티골을 폭발했다. 평소 손흥민의 장점으로 여겨지지 않던 요소들이다. 페널티킥은 종종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특히 헤더 득점은 커리어 내내 쉽게 찾아볼 수 없던 장면이다.
어쩌면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까지 동원하는 집중력으로 클린스만호에 승리를 안겼다. 손흥민은 중국을 상대하며 이례적으로 강한 승부욕을 발휘했다. 경기 전 선수단을 모아 "잘 준비된 마음을 내일 경기장에서도 잘 쏟아붓자. 어떻게 보면 올해 마지막 경기인데 좋은 분위기로 우리가 소집 해제가 되어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시안컵 때 모여서 좋은 분위기를 쭉 이어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일 관중도 꽉 찬다고 하는데 우리가 어떤 축구를 하고자 하는지 플레이를 잘 보여줘서 아예 숨도 못 쉬게 만들어주자"며 "힘내서 이기고 잘 돌아갑시다"라고 결연한 태도를 보여줬다.
동료들에게 사기를 불어넣은 동시에 스스로도 투지를 불태운 손흥민은 더욱 무서워졌다. 중국을 상대로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결정력을 과시했다. 조규성(미트윌란)과 함께 최전방에서 중국을 향해 달려들며 위협을 가한 손흥민은 선제골을 차분하게 성공했다.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조규성의 슈팅이 얀진링 골키퍼에 막혀 나온 볼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다 상대 수비수 주천지에에게 걸려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중국은 키커로 나선 손흥민을 흔들려고 했다. 심지어 중국 관중은 레이저까지 손흥민의 얼굴을 향해 쐈다.


그런다고 위축될 손흥민이 아니었다. 상대 골키퍼가 방향을 예측해도 막지 못할 속도와 파워, 높이로 정확하게 페널티킥을 성공했다. 골을 넣은 손흥민은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며 '쉿' 세리머니까지 펼쳤다.
전반 막바지 이기제(수원삼성)의 실수로 중국이 분위기를 끌어올리자 찬물을 끼얹는 임무까지 도맡았다. 다행히 실점 상황을 잘 넘긴 한국은 전반 45분 손흥민이 한 차례 더 골망을 흔들었다. 이강인의 패스를 받아 처리한 첫 슈팅이 막혔으나 이어진 코너킥에서 헤더로 골을 터뜨렸다. 헤더 득점이 많지 않은 손흥민이지만 중국을 무너뜨리는데 처음 머리를 활용하며 전반을 2-0으로 앞서는데 크게 기여했다.
전반은 일방적이었다. 경기 내용을 봤을 때 한국은 66%의 볼 점유율을 가져갔다. 소유권을 바탕으로 슈팅으로 연결한 것도 12개에 달했다. 반면 중국은 전반 한국의 실수가 더해졌음에도 2개에 불과했다. 압도적인 실력차를 보여준 한국은 변화 없이 후반을 맞이했다. 반대로 중국은 웨이시하오를 불러들이고 다이와이천을 투입했다.

후반 막바지에는 승리를 완성하는 정승현(울산현대)의 골까지 도왔다. 경기 막바지 중국의 옐로 카드가 늘어나면서 한국이 세트피스로 기회를 만들어갔다. 결국 프리킥에서 손흥민의 발끝을 거쳐 또 한 번의 득점이 터졌다.
후반 42분 오른쪽에서 황의조가 얻어낸 프리킥을 손흥민이 키커로 나서 문전으로 정확하게 붙여줬다. 정승현이 상대 수비와 제공권 싸움에서 이기면서 시원한 헤더골을 터뜨렸다. 3-0 승리에 마침표를 찍는 득점이었고, 야유로 일관하던 중국 팬들은 패배를 직감하며 침묵에 빠졌다.
"숨도 못 쉬게 만들겠다"는 다짐을 그라운드에서 실현한 손흥민은 A매치 3경기 연속 득점 행진을 이어나갔다. 더불어 116경기 만에 40번째 골도 기록했다. 이날 2골을 추가해 통산 득점을 41골로 늘린 손흥민은 한국 역대 A매치 득점 3위로 올라섰다.


클린스만호가 2연승에 성공했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으로 향할 첫 걸음이던 싱가포르전 승리 분위기를 이었다. 닷새 전 한국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싱가포르와 1차전에서 전반 40분까지 싱가포르 밀집 수비에 고전했다. 첫 경기가 역시 쉽지 않다는 분위기 속 전반 막판 조규성의 선제골로 포문을 열더니 후반에 황희찬과 손흥민, 황의조, 이강인의 연속골로 대승을 완성했다.
이강인을 향한 호평이 상당했다. 이강인이 3경기 연속골 행진으로 대표팀의 공격을 진두지휘하자 손흥민과 황희찬, 조규성 등 클럽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쳐온 공격진이 싱가포르전에서도 고루 골맛을 봤다. 자신감을 가지고 중국전에 임할 수 있었다. 중국이 부러워할 유럽파 공격진을 앞세워 힘의 차이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이를 통해 한국과 중국의 역대 A매치 전적은 23승 12무 2패로 한국이 격차를 더욱 벌렸다. 객관적인 전력을 나타내는 FIFA 랭킹에서도 한국은 24위로 79위의 중국에 한참 높은 위치를 자랑한다. 2017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을 위해 창사에서 원정 경기를 펼쳤다가 중국에 패한 교훈을 통해 선전에서 말끔히 씻어냈다.<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