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후회 없이 은퇴하는 슈퍼맨' 박주호 "나은이가 이제 돈은 어떻게 버냐고 하더라"

입력
2023.06.06 20:30
박주호(수원FC).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수원] 조효종 기자= 박주호가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전했다.

6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3 17라운드를 치른 수원FC가 울산에 1-3으로 패했다. 전반 윤빛가람이 선제골을 터뜨렸으나 후반 마틴 아담, 주민규, 바코에게 연속골을 내줬다.

이날 경기는 박주호의 은퇴 경기였다. 일본, 유럽 무대를 거쳐 2018시즌 K리그 무대에 입성한 박주호는 울산현대에서 3시즌간 활약한 데 이어 2021시즌부터 수원FC 유니폼을 입었다. 두 시즌 동안 베테랑으로서 수원FC의 K리그1 안착을 성공적으로 이끈 뒤 3번째 시즌 중반 은퇴를 선언했다. K리그 통산 기록은 127경기 3도움이다.

경기 전 수원FC 구단주인 이재준 수원특례시장과 수원FC 서포터즈의 감사패 수여, 가족들의 꽃다발 전달 등 은퇴 행사가 진행됐다. 박주호의 전현 소속팀인 수원FC와 울산의 팬들은 박주호의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행사에 이어 선발로 그라운드를 누빈 박주호는 90분을 소화한 뒤 후반 추가시간 최보경과 교체되며 선수로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종료 후 박주호의 은퇴 기자회견이 열렸다. 박주호는 "프로 생활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했다고 생각한다"며 "선수 때는 6, 70점을 줬는데, 오늘만큼은 후회 없이 마무리했다는 생각으로 100점을 주고 싶다"고 자신의 선수 생활을 평가했다.

박주호의 갑작스런 은퇴 선언에 동료들도 아쉬워했다. 박주호는 동료 선수들의 반응에 대해 묻자 "선수들이 좀 쉬다가 6개월 후에 (조)원희 형처럼 복귀하면 된다고 농담을 했다. 은퇴했다고 생각하지 않겠다고 하더라"라고 답했다.

아이들도 더 이상 아빠의 경기를 볼 수 없는 것을 아쉬워했지만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질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금방 기뻐했다. 박주호는 "나은이와 건후에게 이야기했을 때, 고생했다고 안아줬다. 나은이는 슬퍼하다 '그러면 아빠는 이제 돈을 어떻게 버냐'는 이야기를 하더라. 다른 일 열심히 하겠다고 하니 요리는 하지 말라고 했다. 건후는 요즘 축구에 빠져서 왜 그만두냐고 칭얼거렸는데, 그 대신 같이 축구를 더 자주 할 수 있다고 하니 좋아했다"며 웃었다.박건후, 박주호, 박나은(왼쪽부터). 서형권 기자

다음은 박주호 은퇴 기자회견 전문

- 은퇴 소감

시즌 도중에 은퇴를 결정하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최선을 다한 만큼 후회는 없다. 오늘 결과까지 가져왔으면 좋았겠지만 강팀 울산을 상대로 최선을 다했다. 프로 생활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했다고 생각한다.

- 은퇴를 결심한 배경

작년부터 은퇴 생각을 계속 해왔다. 몸이 조금 더 좋을 때, 경기에 나설 때 운동장 안에서 은퇴를 하고 싶었다. 작년엔 아내가 몸이 좋지 않았다. 그때 은퇴하면 와이프 일로 은퇴하는 것처럼 비쳐질 것 같아서 싫었다. 올 시즌을 뛰면서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고 최종적으로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

- 본인은 어떤 선수였는지

항상 스타일이 바뀌는 선수였다. 그래서 많은 감독님들이 여러 포지션에서 기용해 주셨던 것 같다. 항상 팀에 맞춰서 주어진 상황에 맞춰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였다.

- 자신의 축구 인생에 점수를 준다면

목표했던 걸 계속 이뤄나갔고 도전했다. 후회하지 않는 성격이다. 선수 때는 6, 70점을 줬는데, 오늘만큼은 후회 없이 마무리했다는 생각으로 100점을 주고 싶다.

- 최근 팀 순위 싸움이 어려운 상황에서 은퇴를 결심하는 게 쉽진 않았을 것 같은데

은퇴 의사를 전했던 시기에는 팀이 4경기째 지지 않고 있었고 5위 정도에 있을 때였다. 내가 빠져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여름에 (이)영재도 전역하고, 이적시장에서 보강도 할 수 있다. 그래서 감독님께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팀이 조금 어려워졌지만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을 3가지씩 꼽아본다면?

K리그 온 이후로 행복했던 순간이 많다. 울산에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했을 때, 재작년 많은 골을 넣으면서 파이널A에 올라갔던 때, 그리고 오늘도 행복한 순간 중 하나다. 안 좋은 기억은 2019년 울산 시절 마지막 경기에서 준우승 했을 때다. 마음이 아픈 순간이었다. 그 외에는 더 떠오르는 순간은 없다.

- 수원FC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한동안 이기지 못했던 상대를 이겼던 경기들이 기억에 남는다. 수원FC에서 울산에 처음 이겼을 때가 기억난다. 그 이후 지금까지 승리가 없다. 포항을 상대로도 한번도 이기지 못하다가 작년에 2-1로 이긴 경기가 있다. 서울전 4-3 승리도 기억에 남는다.박주호(수원FC). 서형권 기자

- 은퇴를 결심하기 전 조언을 구한 동료들이 있을지

동료들에겐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결정을 하고 나서 친구 (이)용이에게만 이야기했다. 선수들이 동요할 수도 있어서 선수들에게는 전북현대전까지도 말을 하지 않고 시합을 준비했다. 소문이 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선수들이 기사로 접하게 하는 것보다 직접 전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전북전 끝나고 말했다. 결정 전에는 가족들, 회사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내 의지가 가장 중요했다.

- 팀 동료들 반응은 어땠는지

선수들은 계속 만류했다. 선수들이 날 소중하게 생각해 줬던 것에 고마웠지만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니 선수들이 좀 쉬다가 6개월 후에 (조)원희 형처럼 복귀하면 된다고 농담을 했다. 은퇴했다고 생각하지 않겠다고 하더라.

- 오늘 경기 후 전 소속팀인 울산 선수들과도 대화를 나눴을 것 같은데

정말 고생했다. 남의 일 같지 않다고 감정 이입을 해줬다. 고마웠다. 경기 후에도 행사가 있어서 경기장에선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지만 경기 전날 이청용, 박용우 선수처럼 같이 했던 동료들이 연락 와서 대화를 나눴다.

- 은퇴 발표 후 J리그에서도 고생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는데

미토홀리호크에도 걸개가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에 있는 친구도 은퇴 소식을 들었다고 연락이 왔다. 가가와 신지였다. 그 선수도 나이가 나와 비슷해서 언제 은퇴를 해야 할지 고민하는 때라 공감대가 있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대표팀 코치셨던 세르지우 (코스타) 코치님도 연락이 와서 '축하하고 고마웠다. 좋은 기억이 많은 선수였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아직 다 확인하진 못했지만 동료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받았다. 추후에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 은퇴를 하고 가족들과 더 시간을 보내겠다고 했는데

선수 생활을 할 때도 항상 가족들과 있었지만 훈련을 가거나 경기가 있으면 본의 아니게 집을 비워야 했다. 그런 점에 미안함이 있었다. 이제 조금 더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나은이와 건후에게 이야기했을 때, 고생했다고 안아줬다. 나은이는 슬퍼하다 '그러면 아빠는 이제 돈을 어떻게 버냐'는 이야기를 하더라(웃음). 다른 일 열심히 하겠다고 하니 요리는 하지 말라고 했다. 건후는 요즘 축구에 빠져서 왜 그만두냐고 칭얼거렸는데, 그 대신 같이 축구를 더 자주 할 수 있다고 하니 좋아했다.

향후 계획은?

우선 정리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확실히 정해진 건 없다. 6월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일정을 정리하고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려고 한다.박주호(수원FC). 서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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