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을 6년 만에 동남아시아 정상으로 올려놓은 김상식 감독이 최근 하노이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베트남에서의 폭발적인 인기를 체감하고 있으며,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베트남 길거리에 나가면 아이, 어른, 할아버지, 할머니 할 것 없이 모두 저를 알아보고 반가워하는 모습이 정말 신기하다"고 말하며, 우승 이후 달라진 주변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최근 동남아 최대 축구 대회인 2024 미쓰비시일렉트릭컵에서 베트남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우승 이후 지인들에게 연락을 받았는데, '일 때문에 회의에 들어가도 모두 축구 얘기만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한국인으로서 베트남에서 일하기 편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뿌듯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과거 박항서 감독 시절 베트남이 동남아의 강호로 떠올랐으나,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 하에서는 부진을 겪었다. 그러나 김 감독이 부임한 지 8개월 만에 팀을 다시 일으켜 세우면서 그의 리더십에 대해 '김상식 매직'이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는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장단점을 면밀히 관찰하고, 팀에 충성심을 갖고 '원팀'으로 싸워야 한다는 철학에 맞는 선수를 선발해 일관된 방향으로 준비한 결과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낳았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베트남에서도 한국처럼 '띵깜' 즉, 정감이 중요하다"며 정감을 바탕으로 선수들과의 우정과 신뢰를 쌓아가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친형처럼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며 농담을 주고받고, 미팅을 통해 전술을 맞춰 나갔다. 결승전에서의 댄스 세리머니도 이러한 '친형 리더십'의 일환으로, 김 감독은 "이제 '호랑이 선생님'이 되어야 하는데, 선수들이 우승하면 춤을 춰달라고 졸라서 어쩔 수 없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과의 시간 부족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회상했다. 경기 5일 전에 대표팀을 소집하면 컨디션 조절에 1∼2일이 소요되어 실질적으로 준비할 시간은 1∼2일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박항서 전 감독의 조언은 큰 도움이 됐다. 그는 "박 감독님이 선수들의 특징과 성격, 인간관계 등을 알려주셔서 선수들을 빨리 파악하고 적응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또한 "원정 경기 시 박 감독님이 현지 날씨나 분위기 등을 알려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우승 이후 베트남 국민의 기대치가 높아진 가운데, 김 감독은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많은 동남아 팀들이 귀화선수나 이중국적 선수를 영입하고 있어 각국 전력이 매년 변하고 있다"며 현재의 '동남아 빅4'(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외에도 모든 팀이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앞으로 월드컵 본선에 나가는 꿈을 이루기 위해 나와 대표팀, 베트남축구협회 모두 이러한 시대 흐름에 맞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