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스토브리그의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된다. 첫 격전지는 2차 드래프트다.
KBO리그는 오는 19일 '스토브리그의 꽃'이라고 불리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막을 올린다. FA는 수십억 원의 돈과 선수가 오가는 오프시즌 최대 관심사. 올해는 FA 시장 개장 사흘 뒤 열리는 2차 드래프트에도 많은 눈길이 쏠린다. A 구단 단장은 "구단들이 2차 드래프트 결과를 보고 FA 시장에서 방향성을 잡을 거 같다"고 귀띔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 어떤 선수를 지명하느냐에 따라서 FA 시장의 수요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2차 드래프트는 리그 상향 평준화와 선수들의 기회 보장을 목표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격년제로 진행됐다. 한동안 폐지돼 퓨처스 FA 제도로 대체하다 올해 4년 만에 부활했다. 각 구단이 보호 선수 35명을 지정한 뒤 이외 선수를 3라운드에 걸쳐 뽑는 방식. 구단별 1~3라운드 지명을 마친 뒤 하위 순위 3개 구단은 최대 2명을 추가 지명할 수 있다. 한 구단에서 뽑힐 수 있는 선수는 최대 4명. 현재 보호 선수 명단이 공유돼 구단마다 옥석 가리기가 한창이다.
프로야구 1군 엔트리는 정규시즌 기준 28명(9월 확대 엔트리 이후 33명)이다. 35명이 묶이는 2차 드래프트 보호 선수 명단에는 입단 1~3년 차, 당해 연도 FA 그리고 35명 보호선수에 포함됐으나 2차 드래프트 실시 전 FA 계약 보상선수로 이적한 경우가 자동 제외된다. 이중, 삼중으로 보호 선수가 추려져 즉시 전력을 영입하기 쉽지 않다. 관심이 커진 건 복합적 이유 때문이다.
우선 예년보다 FA 시장에 대어급 자원이 부족하다. 올 시즌부터 적용된 샐러리캡 때문에 각 구단이 몸집 줄이기 나선 것도 한몫한다. 무턱대고 지갑을 열기 어려워 '저비용 고효율'이 가능한 2차 드래프트에 수요가 몰린다. 본지 취재 결과 수도권 B 구단에선 베테랑 선발 자원과 내야수가 보호 선수 명단에서 빠졌다. 지방 C 구단은 시즌 20홈런 경험이 있는 거포가 매물로 나왔다. 한 구단 관계자는 "구단들이 유망주를 대거 묶으면서 경험 있는 선수들이 적지 않게 보호 선수에서 제외됐다"며 "1군 등록 일수 규정 때문에 1~2라운드에선 유망주를 찍기 어려워 베테랑에 관심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2차 드래프트는 1라운드 4억원, 2라운드 3억원, 3라운드 2억원의 이적료가 책정됐다. 하위 순위 3개 구단이 활용하는 4라운드 이하는 1억원. 여기에 한 시즌 동안 1라운드는 50일 이상, 2라운드는 30일 이상 1군에 의무 등록해야 하는 규정이 신설됐다. 3라운드 이하는 의무 규정이 없지만 1~2라운드 지명 선수는 2년 내 기준 미충족 시 두 번째 시즌 종료 후 원소속 구단에 복귀하거나 구단이 원하지 않으면 FA로 공시된다. 1군 등록일을 보장하려면 유망주보다 어느 정도 1군 경력을 갖춘 자원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면 과감하게 1라운드 지명을 포기하는 구단도 있을 수 있다. "구단별 전략과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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