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싱(중국)·서울=뉴스1) 서장원 권혁준 기자 = 그동안 국제대회만 나가면 '안 좋은 추억'이 생겼던 강백호(24·KT 위즈)가 드디어 웃었다. 동료들과 함께 고대하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강백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이다. 꿈만 같다"며 웃어보였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7일 중국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1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대만을 2-0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대표팀에 소속된 모든 이들에게 영광스러운 순간이겠으나 강백호에게는 유독 각별한 대회였다.
그는 프로무대에서의 돋보이는 활약을 바탕으로 일찍부터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 2019년 프리미어12를 시작으로 2021년 도쿄 올림픽,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아시안게임까지 중요한 대회마다 단골로 선발됐다.
성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껌 논란, 세리머니 주루사 등 경기 외적인 논란이 그를 따라다녔다. 여기에 대표팀의 좋지 않은 성적을 더해 그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번 대회는 강백호가 태극마크를 단 후 처음 경험한 '우승'이었다. 국가대표로서 처음으로 맛본 환희였다.
그는 "대표팀에 와서 항상 좋은 결과를 못 보여드려서 정말 죄송했는데, 이번엔 우승을 했다"면서 "나보다는 우리 팀 모든 선수들이 잘 해줘서 이런 꿈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금메달로 그동안의 아픔을 좀 씻어냈느냐"는 질문에 강백호는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올 시즌이 정말 힘들었다. 대표팀 오는 과정부터 오고 나서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면서 "그래도 주변에서 좋은 말씀을 해주신 덕에 다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했다.
인터뷰에 임하는 강백호의 목소리는 이미 쉬어있었다. 금메달을 딴 뒤 환호성을 질러서가 아니라, 경기 내내 목이 터져라 동료들을 응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첫 대만전에서 졌을 때만 해도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는데 우리 선수들이 모두 포기하지 않았다"면서 "젊은 선수들의 패기와 (김)혜성이형, (박)세웅이형같은 형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준 덕에 우승할 수 있었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오히려 동료들에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를 불어넣기도 했다고.
강백호는 "경기 전에 선수들에게 '욕은 내가 먹을테니 패기 있는 모습 보여주자'고 했다"면서 "모든 선수들이 잘 해줬다. 대한민국의 자랑 문동주가 잘 던졌고, 9회말에도 한국 최고의 마무리투수(고우석)를 믿고 있었다"며 웃어보였다.
올 시즌 어려운 시간을 보내며 좀처럼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강백호는, 동료들과 함께 한 금메달에 모처럼 기쁜 미소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