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시선] ‘좋은 사람’ 만나고 싶다더니…등에 칼을 꽂았다

입력
2023.03.24 19:00
수정
2023.03.24 19:00
사진=롯데자이언츠 제공


스스로 커리어를 지웠다.

2020년 12월. 사이드암 투수 서준원은 결혼 소식을 전했다. 6살 연상의 여자 친구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것. 만 20세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됐다. 당시 서준원은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여자 친구가 도움을 많이 준다”며 반려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약 1년 뒤 첫 아들도 품었다. 정작 본인은 좋은 사람이 아니었던 것일까. 건실한 모습 뒤에 어둠이 드리우고 있었다. 지난 23일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미성년자 관련 성범죄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정확한 혐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성 착취물 제작배포 등)이다.

끝까지 숨기려 했다. 미성년자 약취·유인 혐의로 입건된 게 지난해 말이다. 이후 부산지검에 송치됐고 21일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됐다. 서준원은 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부산구치소에서 대기하다 22일 오전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석 달 넘게 구단은 물론 에이전시, 심지어 가족에게까지 함구했다. 스스로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했다. 그 사이 서준원은 마무리캠프에서부터 질롱코리아, 스프링캠프로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시범경기에도 세 차례 등판했다. 구속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20일에도 3이닝 무실점을 올렸다.

믿는 도끼에 발이 찍혔다. 얼마 전부터 야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급기야 이름 이니셜까지 하나둘 나오던 상황. 롯데의 계속된 확인에 서준원은 다른 핑계를 댔다. 채무 관련 문제가 있다고, 자신이 피해자인 듯이 얘기했다. 23일이 돼서야 실토했다. 구단 전체가 발칵 뒤집어진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곧바로 징계위원회가 열렸고, 롯데는 자체징계 최고 수위인 방출을 결정했다. 하나둘 차근차근 쌓아왔던, 앞으로도 이룰 게 많았던 야구선수 커리어가 끊기는 순간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역시 상벌위원회를 준비 중이다.

서준원은 앞으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앞서 조사를 받는 중임에도 해외로 나갈 수 있었던 이유 역시 비슷하다. 결론이 나지 않은 사안에 왈가왈부하긴 이르다. 분명한 건 법의 판단과는 별개로 이미 많은 이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는 점이다.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한 아이의 아빠로서 신의를 지키지 않았다. 그의 재능을 높게 평가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구단, 응원했던 동료들과 팬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열심히 땀 흘린 과거의 자신에게도 칼을 꽂았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사진=롯데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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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수리수리1
    희망찬 한해 되시길 바래요~
    0달 전
  • 이아리
    응원합니다
    일 년 전
  • 츄러스먹고싶다
    멋집니다.
    일 년 전
  • 누진세
    오호, 그렇게 된거군요.
    일 년 전
  • 키포스포키포스
    ㅋㅋ아이구..
    일 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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