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엄상백이 시범경기 두번째 경기에서 깔끔한 피칭으로 개막을 향한 전망을 밝혔다.
엄상백은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5이닝 1안타 무사사구 2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한화가 기대하던 피칭이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엄상백은 한화와 4년 총액 78억원에 계약하며 팀을 옮겼다.
한화 선발진의 한 자리를 차지한 엄상백은 스프링캠프 기간 열린 2차례 연습경기에서 4.2이닝 3실점을 기록하며 감각을 서서히 끌어올렸다.
시범경기 첫 등판의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지난 8일 두산전에서 3.2이닝 5안타 3볼넷 1삼진 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날은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선보이며 김경문 한화 감독을 흡족하게 했다.
1회부터 윤동희-고승민-손호영으로 이어지는 롯데 1~3번 타순을 삼자 범퇴로 처리한 엄상백은 3회 1사 후 최항에게 2루타를 맞기 전까지 상대에게 안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어 5회까지 안타나 볼넷 없이 무실점으로 피칭을 이어나갔다. 최고 147㎞의 직구와 체인지업(18개), 커브(3개), 커터(2개) 등을 섞어 던졌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 후 “선발 엄상백부터 마무리까지 잘 준비해 온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라고 평했다.
경기 후 엄상백은 “5이닝 동안 적은 투구수로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이 기세로 시즌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경기의 부진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 엄상백은 “비시즌에는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사람이 잘했을 때에는 원인을 생각하지 않지 않나. 차라리 지금 못 하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스프링캠프부터 별로 안 좋았어서 많이 생각하고 연구하다보니까 느낌이 와서 밸런스도 괜찮았고 좋은 결과로 나왔다”고 돌이켜봤다.

이날 약속된 투구수는 70개 정도였다. 그런데 5이닝 동안 너무 적은 투구수를 던져서 오히려 끝나고 불펜 피칭으로 좀 더 던질 정도였다.
돌이켜보면 경기 전부터 느낌이 좋았다. 엄상백은 “어제(13일)부터 ‘요즘 뭐가 문제지’라며 많은 생각을 했다. 오늘은 다른 느낌으로 접해보자고 했는데 연습 투구부터 평상시보다 공이 좋아서 자신있게 들어갔다. 또 상대 타자들도 반응해주니까 좋은 결과로 연결됐다”고 했다.
구속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거의 세게 안 던졌다. 구속도 잘 나온 것 같고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포수 최재훈과의 호흡도 점점 맞춰가고 있다. 엄상백은 “나는 포수를 많이 믿고 맡기는 편이다. KT에 있을 때에는 장성우 형과 맞출 때 ‘이 볼이 나오겠다’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 나왔었다. 최재훈 형과 하면서 이제 적응해가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한화에는 문동주, 정우주 등 강속구 투수들이 많다. 1996년생인 엄상백은 2000년대생인 후배 투수들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는 “나도 한때는 빠른 볼을 던졌었다”라며 웃은 뒤 “자기들만의 성향이 있는 것이 아닌가. 다들 어리고 쌩쌩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1년에 한 두세번 정도 150km 나올 것”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3월22일 개막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엄상백은 “투수로서 가장 중요한게 직구라고 생각한다. 직구가 되어야 모든 변화구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덜 올라온 것 같다”며 “첫번째로 볼스피드 끌어올리고 싶다. 그걸 중점적으로 남은 기간에 준비하면 될 것 같다”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