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황재균(38)은 이번 시즌 외야수로도 나선다. 외야 수비는 새로운 도전이지만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이종범 1루 및 외야수비 코치다.
일본 진출 전까지 이 코치는 한국 최고 유격수였다.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는 외야수로 뛰었다. 내야만 뛰다 외야 수비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가장 잘 안다.
이 코치는 호주 질롱 스프링캠프에서 황재균 등 KT 선수들과 땀 흘리고 있다. 이 코치는 “내야수가 외야로 가면 처음에는 안해보던 거니까 재미가 있다. 그런데 하다 보면 쉽지가 않다. 잡을 수 있는 공도 놓치고, 아주 높게 뜬 공은 방향 파악을 못해서 실수하기도 한다”고 했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이 코치가 디테일한 부분까지 챙기고 있다. 질롱에 와서 황재균에게 외야 글러브를 챙겨준 사람도 이 코치였다. 이 코치는 지난해 7월 한일 레전드들이 맞붙은 ‘한일 드림 플레이어즈 게임’ 때 썼던 외야 글러브를 황재균에게 빌려줬다. 아들 이정후(샌프란시스코)를 모델로 나온 글러브다. 황재균이 외야 수비를 무리 없이 해낸다면 KT 벤치의 선수 활용폭은 훨씬 더 커진다. 대타, 대주자, 대수비 등 경기 후반 접전 때 선택지가 많아진다. 좌완이 상대 선발일 때 황재균이 맞춤형 선발 외야수로 나설 수도 있다.
이 코치는 지난해 10월 이강철 감독의 제의를 받고 KT에 합류했다. 일본 와카야마 마무리캠프부터 팀 외야수비와 주루를 전담 지도하고 있다. 이 코치는 KT 외야수비의 약점으로 송구를 지적했다. 앞선 주자를 잡으려고 무리하게 승부를 걸었다가, 뒷주자까지 쓸데 없이 1베이스 더 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코치는 승부를 걸기로 했다면 최대한 강하게 송구를 해야 하는데, 높이 포물선을 그리는 공이 많았다고 했다.
이 코치는 “후위 주자가 더 못가도록 중계 플레이로 빠르게 연결하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승부처에는 앞으로 다가와서 홈 승부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기 상황에 따라 내야 이상으로 할 일이 많은게 외야수비다. 상대 타자는 물론 마운드에서 던지는 자기팀 투수도 생각해야 한다. 이 코치는 “우타자가 아무리 힘이 좋아도 박영현처럼 150㎞ 던지는 투수가 나오면 좌중간으로 때리기 쉽지 않다. 거기 맞춰서 수비 위치를 옮겨야 한다. 타구 분포도가 나오지만 참고 자료다. 그날그날 상대 컨디션을 다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