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나도 미친X라고 생각했어…”
KIA 타이거즈 밀어치기 장인이자 한국시리즈 MVP 김선빈(36). 그는 8월8일 광주 KT 위즈전을 마치자 타율이 0.274로 떨어졌다. 6월11일 인천 SSG 랜더스전 이후 내복사근 부상으로 이탈, 6월 말에 돌아오니 타격감이 뚝 떨어졌다. 7월에 안 좋았던 흐름이 8월 초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밀어치기의 대명사이자 수준급 교타자 김선빈이 그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8월9일과 11일 삼성 라이온즈전서 2안타, 3안타로 반격의 신호탄을 쏘더니 8월에만 10차례나 멀티히트 행진을 벌였다. 4안타 한 차례, 3안타가 세 차례였다. 8월에 3할 타율을 회복하더니 9월에도 좋은 감각이 이어졌다. 결국 2024시즌 116경기서 타율 0.329 9홈런 57타점 48득점 OPS 0.827 득점권타율 0.350.
이범호 감독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하자 주전들, 베테랑들을 하나, 둘씩 1군 엔트리에서 뺐다. 김선빈은 9월1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으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10월21일이었으니, 무려 1개월의 실전 공백이 있었다.
1개월이라면 타격감이 떨어지는 게 정상이다. 이범호 감독은 어차피 정규시즌에 직행한 이상 이 부분은 약점이라고 감안하고, 베테랑들을 아예 더 빨리 1군에서 제외해 체력을 안배하게 했다. 대신 라이브배팅, 연습경기를 통해 타석수를 늘려 컨디션을 조율하게 했다.
진짜 반전은 여기서부터다. 김선빈은 지난 12월 구단 유튜브 채널 갸티비를 통해 김도영과 식사를 하는 컨텐츠에서 라이브배팅, 상무 및 롯데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서도 타격감이 좋아서 오히려 불안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 시기에는 타격감이 떨어지는 게 정상이고, 그때 타격감이 실제로 떨어져야 한국시리즈에 맞춰 다시 타격감이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규시즌 우승 후 정말 훈련을 하나도 하지 않고 쉬었다고 했다.
그러나 김선빈의 타격감은 약 1개월간의 공백에도 어디로 도망가지 않았다. 연습경기를 넘어 한국시리즈 5경기를 치르는 내내 뜨거웠다. 한국시리즈 5경기서 17타수 10안타 타율 0.588 2타점 3득점으로 MVP에 선정됐다.
김도영이 놀라워하자 김선빈마저 “나도 미친X라고 생각 했어”라고 했다. 한국시리즈는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치렀더니 결과가 좋았다고 했다. 물론 그 편안함의 이면엔 데뷔 후 17년간 쌓아온 기술, 노하우가 있다. 정말 편하게만 해서 한국시리즈 MVP가 되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어낼 수 없었다.
어쨌든 김선빈은 지난 여름부터 가을까지 요술방망이를 들고 야구를 했던 셈이다. 그 방망이를 여전히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좋은 기운을 갖고 2025시즌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김선빈은 후배 박찬호, 박정우, 한준수와 오키나와에서 개인훈련을 치렀고, 어바인으로 넘어가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있다.
올해 김선빈은 리그 최고의 2루수에 도전한다. 유격수에서 2루수로 전업한 뒤에도 리그 정상급 타자로 활약했다. 그러나 의외로 아직 2루수 골든글러브를 한 차례도 못 받았다. 김혜성(26, LA 다저스)이 워낙 강력했다.

김혜성이 이제 메이저리그로 떠났으니, 김선빈이 2017년 이후 8년만에 골든글러브에 도전해볼 만한 환경이 조성됐다. KIA의 통합 2연패를 이끌고 수비상 혹은 골든글러브를 받으면 최고의 2025시즌이 될 듯하다. 김선빈도 어느덧 적은 나이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급격히 무너질 시기에 들어선 것도 아니다. 타선에서도 2번 혹은 6~7번에서 기름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여전히 KIA 우측 중앙내야는 김선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