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일과 하트가 그렸던 성공 공식, '박찬호 닮은꼴'에도 보인다… 어색한 '157㎞ 팔색조' 등장하나

입력
2025.02.05 20:55
 불펜 피칭에서 점차 페이스를 올려가고 있는 화이트는 주무기인 스위퍼의 위력 또한 베일을 벗고 있다 ⓒSSG랜더스 화이트는 70%의 힘으로 시속 144km의 공을 던지는 등 파이어볼러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제임스 네일(KIA)과 카일 하트는 2024년 KBO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들이었다. 리그에서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은 물론, 보여준 인상에서도 으뜸이었다. 최고 외국인 우완은 네일, 최고 외국인 좌완은 하트라고 한다면 크게 틀리지 않았다.

어느 하나의 장점으로 만들어진 타이틀은 아니었다. 구위나 경기 운영, 체력이나 KBO리그 적응 등 여러 가지가 모여 만든 하모니였다. 그런데 큰 공통 분모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스위퍼라는 구종이었다. 두 선수는 좋은 패스트볼 구위와 짝을 이루는 스위퍼를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며 상대 타자들을 무너뜨렸다. 각도 좋고, 커맨드도 좋았다.

스위퍼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크게 유행하는 '대세 구종'이다. 물론 예전에도 각이 큰 횡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들이 있기는 했지만, 근래 들어서는 스위퍼라는 별도의 구종으로 분류되고 또 그 위력이 검증되면서 많은 투수들이 배우고 있다. 던지기 쉽지 않은 구종이고 부상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있지만 잘만 던지면 막강한 헛스윙 비율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구종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아직은 생소한 구종인데, KBO리그에서는 더 그렇다. 타자들이 머릿속에 궤적을 그리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구위+스위퍼'의 성공 조합을 따라갈 또 다른 선수가 있을까. SSG 관계자들은 2월 4일(현지시간) 미치 화이트(31)의 불펜 피칭을 보면서 그 가능성을 어렴풋이 느꼈을지 모른다. 이날 다시 불펜 피칭에 나선 화이트는 70%의 힘으로 공을 던졌다. 직전 불펜 등판에서는 50~60%의 힘으로 몸을 푼 화이트는 이날 페이스를 더 끌어올리면서 자신의 루틴대로 캠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과시했다.

화이트의 이날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44㎞ 정도까지 찍혔다. 그렇게 힘을 쓴다는 인상은 없었는데 묵직한 패스트볼이 대포알처럼 날아갔다. 여기에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스위퍼의 각이었다. 몸이 풀리면서 이날 본격적으로 스위퍼를 던지기 시작했는데 각이 예리하다는 평가가 한 번에 나왔다. 이숭용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화이트의 스위퍼 궤적을 손으로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화이트는 선발로 나가도 평균 93~94마일(150~151㎞) 수준의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다. 최고 구속은 150㎞대 중반까지 나온다.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검증이 됐고, 짧게 던지는 투수라기보다 선발이나 롱릴리프로 던졌던 선수인 만큼 KBO에서 큰 구속 저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근래 들어 꾸준히 횡적인 움직임이 좋은 스위퍼를 던졌다. 불펜 피칭을 거듭하며 시즌을 대비한 본격적인 컨디션 점검에 들어간 미치 화이트 ⓒSSG랜더스

화이트의 스위퍼는 2021년부터 통계에 잡히기 시작했고, 2021년 구사 비율은 14% 정도였다. 2022년에는 27.2%로 크게 늘었고, 직전 시즌인 2024년에는 22.5%였다. 헛스윙 비율도 높은 편이었다. 2021년 스위퍼 헛스윙 비율은 34.8%, 2022년은 32.3%, 2023년은 40%에 이르렀다. 결과와 별개로 존 바깥으로 흘러 나가는 스위퍼에 타자들의 방망이가 따라 나오는 비중도 높았다. KBO리그에서도 결정구로 기대를 모은다.

스위퍼뿐만 아니라 싱커, 커브, 슬라이더까지 여러 구종을 던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지난해 화이트의 구종별 구사 비율은 포심 38.7%, 스위퍼 22.5%, 싱커 13.8%, 커브 13.6%, 슬라이더 11.4%로 굉장히 고른 편이었다. 앞으로 공인구에 적응하는 단계는 필요하겠지만, 손에 잘 맞는 구종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은 큰 이점이다. 그리고 이날 불펜 피칭에서는 스위퍼가 공인구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가능성을 확인했다. 고무적인 일이다.

워낙 쾌활한 성격이라 팀 적응도 잘하고 있다.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려고 하고, 관계자들과 일부러라도 많은 이야기를 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불펜 피칭에서도 유독 포수와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도 포수를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포수도 자신의 장점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화이트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듣고 또 말하는 편이다. 화이트가 좋은 시작을 알리며 올 시즌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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