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으나 팀 전체적으로는 뚜렷한 성장세를 보여준 삼성은 올해 캠프를 이원화했다. 당초 삼성은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의 아카마 구장에서 전지훈련을 쭉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박진만 삼성 감독과 현장의 요청에 따라 괌에도 훈련장을 하나 더 마련했다.
괌의 훈련 시설이 체계적으로 시스템이 잡혀 있는 아카마 구장보다 좋지는 않다. 하지만 하나 좋은 것이 있으니 바로 날씨다. 일본 최남단인 오키나와도 한국보다 따뜻하기는 하지만, 1월 말부터 2월까지는 확 '덥다'는 인상을 주는 날씨는 아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고 간혹 비도 내린다. 하지만 괌은 '덥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날씨다. 선수들이 몸을 더 빨리 끌어올리기에는 좋다.
괌에서 몸을 만들고, 이후 오키나와로 넘어가 부족한 기술 훈련을 더 채운 뒤 2월 중순 이후로는 실전 위주의 캠프를 치른다는 게 삼성의 구상이었다. 이에 알아서 몸을 만들 수 있는 일부 베테랑들, 그리고 재활을 하고 있는 선수들은 오키나와에 남겨두고 따뜻한 곳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는 투수들, 상대적으로 훈련을 더 해야 하는 젊은 야수들 위주로 괌 캠프를 꾸렸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당초 구상했던 목표를 다 잡았다는 게 박진만 감독의 흐뭇한 미소다. 박 감독은 "따뜻한 날씨 속에서 트레이닝 위주로 선수들이 몸을 잘 만드는 것이 괌 전훈캠프의 목적이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선수들 모두 좋아했고, 감독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웠다"고 총평했다.
괌 캠프가 재개된 것은 박진만 감독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진만 감독은 "오래 전 선수 시절 괌 캠프는 날씨는 좋지만 습한 느낌이 강하고 비도 자주 내렸는데, 이번엔 습한 느낌이 거의 없어서 최상의 훈련 조건이었다"면서 "훈련 기간 동안 낮시간에 비가 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라고 날씨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런 삼성 선수들은 괌을 떠나 이제 오키나와로 향해 완전체를 만든다. 한국에서 몸을 만들다 오키나와로 이동해 있는 선수들과 합류한다. 삼성은 "삼성 라이온즈 1군 선수단이 괌에서의 1차 전지훈련을 마쳤다"면서 "8년 만에 괌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른 삼성 라이온즈는 4일(화) 1차 전훈 일정을 끝내고 이날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시 귀국한다. 이어 5일 오전 8시5분 KE755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2차 전지훈련 장소인 일본 오키나와로 다시 출국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박진만 감독은 이번 캠프에 참가한 선수 중 인상적인 모습을 남긴 젊은 선수들을 칭찬하고 나섰다. 특히 1군 캠프에 참가한 2025년 신인 선수들에 대해서도 좋은 평가를 내렸다. 마무리캠프부터 시작된 발전 과정이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배찬승 심재훈 차승준 함수호 등 신인선수들이 함께 했는데, 지난해 마무리훈련에 비해 몸상태 등 여러모로 기본기를 잘 준비해서 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첫단추가 잘 꿰진 느낌이다"라고 활짝 웃어 보였다.

박진만 감독은 오키나와 2차 전훈캠프 실전에서 이들 신인선수들을 테스트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오키나와에서는 기술 향상과 실전을 통한 경기 감각 회복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 박진만 감독은 "작년에 선발로 뛰었던 이승현(좌)과 올해 불펜에서 힘을 보태야 할 김무신(김윤수) 황동재 등 젊은 투수들이 지난해 좋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오키나와 캠프에서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삼성은 지난해 젊은 야수 및 기존 백업 선수들의 성장이 팀의 성장으로 이어지며 순위표에서 수직 상승을 이뤄냈다. 유격수 이재현은 이제 자타공인 팀의 중심으로 자리했고, 3루에는 김영웅이 장타력을 보여주며 팀의 장타력 발전에 큰 몫을 해냈다. 중견수로 이동해 성공을 거둔 김지찬, 역시 장타력을 보여준 이성규 윤정빈 등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올해도 삼성 타선을 이끌 기대주들이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었으니 새로운 투수들의 등장은 야수들에 비해 다소 더뎠다는 것이다. 일부 선수들이 나오기는 했으나 여전히 베테랑 중심이었다. 일단 올해 선발진에 검증된 투수인 최원태를 프리에이전트(FA)로 추가한 삼성은 젊은 선수들이 순조롭게 그 뒤를 이어 받기를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1~2년 캠프 성과가 굉장히 중요한 이유다.
지난해 선발로 뛰었던 이승현은 올해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팀의 1차 지명 출신으로 특급 유망주 평가를 받았던 이승현은 지난해 17경기에서 87⅓이닝을 던지며 6승4패 평균자책점 4.23을 기록해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최원태가 합류해 선발 경쟁이 더 치열해지기는 했지만, 선발에 좌완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승현의 몫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원태인과 더불어 팀 선발진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선수라는 점에서도 전략적 가치가 크다. 황동재 또한 지난해 15경기에서 42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4.07을 기록, 선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윤수라는 이름에서 개명한 김무신 또한 특급 기대주다. 김무신은 군 복무를 마친 뒤 지난해 삼성에 합류했다. 처음에는 상무 시절의 성적을 이어 가기가 쉽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에 대활약하며 올해 기대감을 키웠다. 삼성은 오승환 김재윤 임창민 등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불펜 투수들이 버틴다. 다만 구위로 상대를 찍어누를 선수가 더 필요하다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시속 150㎞대 중반대의 공을 펑펑 던지는 김무신이 그 모자란 점을 채워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박진만 감독은 신인들의 활약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역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선수는 배찬승이었다.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아마추어 최고 좌완이라는 평가를 받은 배찬승은 마무리캠프부터 이번 괌 캠프까지 계속해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코칭스태프와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삼성은 선발진에 우완 비중이 크고, 불펜에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좌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아직은 신중하게 판단해야겠지만 배찬승이 양쪽 중 하나에서 좋은 활약을 해준다면 큰 힘이 된다. 이제 이들의 실력을 실전에서 엿볼 수 있는 오키나와 캠프가 시작된다.<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