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 강속구 재능은 인정
기대 대신 성장 시간 주기로
한화는 2025년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에 신인 6명을 데리고 갔다. 지난해 호주 캠프에 동행한 신인은 황준서, 황영묵 둘뿐이었다. 개막부터 즉시 전력으로 활용할 선수를 발굴하려고 예년보다 많은 인원을 캠프에 참가시킨 건 아니다. 신인 선수에게는 기회를, 기존 선수에게는 자극을 주려는 의도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번 캠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인은 전주고 출신 오른손 ‘파이어볼러’ 정우주(19)다.
2025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정현우(키움)에 이어 ‘전체 2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은 정우주는 최고 시속 150㎞ 중반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다. 정현우와 같은 계약금 5억원을 받으며 높은 기대감 속에 한화에 입단했다. 5억원은 한화 마운드의 미래로 꼽히는 문동주와 김서현이 받은 계약금과도 같다.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는 2024시즌 종료 후 마무리캠프를 통해 정우주의 재능을 확인했다. 양 코치는 “팀에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많은데, 정우주도 뒤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베테랑 포수 최재훈은 “문동주, 김서현에 정우주까지 왔기 때문에 3명이 빠른 공으로 윽박지르면 팀도 더 강해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사령탑은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어린 투수를 당장 선발이나 승리조로 급하게 활용할 생각이 없다.
김 감독은 “정우주가 좋은 선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너무 기대하면 안 된다”며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온 선수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면 선수도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점수 차가 벌어진 상황 등 심리적으로 편안할 때 등판 시켜 형들하고 어떻게 싸우는지를 한번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의 의중은 황준서를 1군 캠프에서 제외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2024년 1순위’ 황준서는 지난해 36경기 2승8패 1홀드 평균자책 5.38의 성적을 거뒀다. 프로 첫해부터 즉시 전력으로 활용됐으나 자리를 잡지 못했다. 김 감독은 “황준서의 잘못이 아니”라며 어린 선수에게 성장 시간을 주기로 했다.
정우주도 오버 페이스 없이 차근차근 단계를 밟겠다는 각오다. 일단 캠프에서는 변화구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그는 “여러 구종을 던지기보다 확실한 변화구를 만들 생각이다.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위주로 연습하겠다”며 “류현진 선배님에게 체인지업 그립을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