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HN스포츠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한국의 메이저리그 '사관학교'로 불리는 키움 구단이 올해도 미국으로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키움은 23일(한국시간) 출국해 다음달 5일까지 총 42일간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에 위치한 '애리조나 애슬레틱 그라운드(AAG)'에서 스프링캠프를 차린다. 이들은 6일 훈련 뒤 1일 휴식 일정으로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키움은 코로나-19 시절만 제외하곤 과거 김시진 감독시절부터 꾸준히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차리고 있다. 따듯한 날씨와 뛰어난 야구시설 등 여러모로 주변환경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개선되지 않는, 못내 아쉬운 점도 있다. 바로, 미국 내 버스 이동이다.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KE005편을 통해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출국한 키움은 약 12시간의 지루한 비행 끝에 현지시간으로 23일 저녁 6시경에 미국에 도착했다.
이들은 라스베이거스 국제공항에서 미국 입국수속과 수화물 등을 찾은 후 곧바로 애리조나로 이동한다. 그런데 이동수단이 비행기가 아닌 버스다. 비행기를 이용하면 약 1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지만 버스로 가면 약 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12시간 장시간 비행 후에 곧바로 5시간의 버스이동은 일반인들에게도 쉽지 않은 여정이다.
게다가 키움이 이동하는 버스는 일반고속버스다. 한국프로야구 팀들이 선수들의 체형과 안락함 등을 추구하기 위해 특별히 개조된 버스가 아니다. 때문에 덩치 큰 프로야구선수들이 이용하기엔 매우 협소하고 불편할 수 밖에 없다.


키움은 과거 강정호를 필두로 박병호-김하성-이정후 그리고 최근 김혜성까지 무려 5명의 메이저리거를 배출했다. 메이저리그 '사관학교'로 불리는 이유다. 이들 모두는 FA가 아닌 키움소속으로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는 키움이 이들로 인해 적잖은 포스팅 비용을 챙겼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정후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이 계약으로 키움측이 받을 수 있는 포스팅 비용은 무려 1882만 5000달러(약 270억원)나 된다.
키움구단 구좌엔 이정후 한명으로 인해 약 270억원의 거금이 입금됐지만 키움을 대표하는 선수들은 올해도 12시간 동안 일반석을 타고 비행한 후에 곧바로 비좁은 일반버스를 타고 추가로 5시간을 더 달려야 한다.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정이다.



미국처럼 땅이 넓지 않은 한국에서 프로야구 팀들이 이동할 때 메이저리그처럼 비행기를 태워달라고 하는 건 현실에 맞지 않는 이야기다. 선수들 체형과 위락시설 등을 고래해 개조한 버스가 정답이다.
하지만 일년에 단 한 번뿐인 스프링캠프는 사정이 다르다.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들 모두 한 해 농사를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하지만 키움선수들은 그 중요한 시간의 출발부터 힘든 여정으로 인해 기운이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지난해 우승팀 KIA 선수단 전원이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미국으로 출국한 소식은 더 더욱 키움선수들의 사기를 꺾고, 마음에 상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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