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마다 유망주 보호 추세속
보상선수 거론 자체부터 씁쓸
‘오승환 안푼다’ 삼성 이례적 선언
다음 타깃 박병호·백정현으로
‘제2 김강민 사태’ 재연 가능성
삼성이 자유계약선수(FA) 최원태 영입을 공식 발표한 뒤 연일 베테랑 선수들이 화제에 오른다. LG의 보상선수 지명에 앞서 삼성이 지정하는 보호선수 20인 안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 LG가 실제 지명할 가능성에 대해 무한 상상이 앞서고 있다.
1982년생 불펜 투수 오승환의 이름이 가장 먼저 등장한 데는 개연성은 있었다. 정규시즌 막바지에 크게 부진해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모두 제외되며 팀내 위기에 몰렸다는 점, LG가 내년 전력 구성에 있어 여전히 불펜에 고민을 안고 있다는 점이 배경이 됐다. 이에 이종열 삼성 단장이 보호선수 명단은 ‘비공개’가 원칙임에도 “오승환은 20인에 포함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오승환 이슈가 소멸되자 박병호에게로 시선이 이동했다. LG 출신이지만 팀을 옮기면서 홈런 타자로 야구인생이 바뀐 박병호가 LG로 돌아가 커리어를 마무리할지도 모른다는 스토리가 더해져 박병호는 화제의 중심에 섰다.
여기에 선발이었다가 포지션이 애매해진 1987년생 투수 백정현도 거론된다. 백정현도 오승환처럼, 2007년 데뷔 이후 삼성에서만 뛴 ‘원클럽 맨’이다.
KBO가 지난 8일 최원태의 계약을 공시한 터라 삼성의 보호선수 명단 제출 마감일은 11일이다.
내년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보상선수 후보로 풀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선수에게 상당한 고역이다.
이번 FA 시장에서 이적 선수가 여럿 나왔지만 최원태 보상선수 후보를 놓고 유독 베테랑들이 줄줄이 거론되는 것은 올해 첫 A등급 이적 사례라 보호 인원이 20명으로 가장 적어서이기도 하지만, 풀리면 지명될 수도 있다고 예상할 만큼 쓸만한 베테랑 선수가 삼성에 여럿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삼성이 올해 특히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성과를 이뤄낸 배경도 있다. 더 이상 유망주가 아니라 팀 주축이 돼버린 젊은 선수들을 구단 입장에서는 더 보호해야 하는 것도 정확한 현실이다.
삼성의 오승환 파문도 1년 전 김강민 사태의 후유증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은 이런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오승환에 대해서는 20인 안에 넣었다고 이례적으로 선언하며 ‘객관적인 예상’을 뒤집었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내놓으면서도 ‘설마 지명은 안 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인드로 뒷통수를 맞은 실제 사례가 프로야구에도 이미 존재하기에 삼성의 베테랑들은 12월, 때아닌 고초를 겪고 있다. 앞으로도 겨울이면 많은 베테랑들이 같은 상황에 놓일 가능성은 점점 높아진다.
현실적으로, 지명하는 구단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부분에 딱 들어맞는 베테랑이 나오지 않는 한, 웬만하면 젊은 선수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LG의 선택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 보인다. 명단을 주고받기도 전에 뜨겁게 폭발해버린 최원태 보상선수 파동은 늦어도 LG의 지명 마감일인 14일까지는 종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