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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께서 불안해하시는 건 당연합니다. 팀의 역사를 함께한 형들이잖아요.”
프로야구 두산의 내야수 박준영이 2025시즌 주전 경쟁을 향한 각오를 불태웠다. 사령탑이 ‘무한경쟁’을 예고한 가운데 기필코 자신의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3·유간’ 내야가 무주공산에 빠졌다. 그간 팀의 기둥 역할을 맡았던 베테랑들과 이별한 곰 군단이다. 기존 3년 20억원 선수 옵션을 포기한 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간 허경민은 KT와 4년 총액 40억원 계약으로 이적했다. 또한 ‘천재 유격수’ 김재호는 고심 끝에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함께 쌓은 금자탑이 한두 개가 아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에 성공한 게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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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둘이 빠진 가운데 두산의 외부 보강 가능성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대신 올 시즌 2루를 책임진 강승호의 3루 이동을 염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야 ‘세대교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젊은 기대주들이 이미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고 있다.
19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열린 마무리 훈련에서 만난 이승엽 두산 감독은 “현재 자원들만으로도 충분히 가능성이 보인다”며 “박준영, 전민재, 이유찬 셋은 그동안 경험을 많이 쌓으면서 이제는 알을 깨고 주전으로 도약해 줘야 할 선수다. 또 비교적 경험이 부족한 여동건, 박지훈, 오명진 등도 무시할 수 없는 이름들이다. 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팀에 좋은 시너지를 가져오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박준영을 향한 믿음은 유독 강렬했다. 이 감독이 “올해 개막전 유격수로 나선 가운데 햄스트링 부상도 있었고, 시즌 막판 부진도 겪었다. 선수 스스로 절치부심의 시간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그 어떤 상황에서도 안주하거나, 방심할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기대되는 선수”라고 덧붙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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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본인도 거듭 ‘건강’을 강조했다. 박준영은 “두산에 온 지도 2시즌째인데, 매년 부상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부상자 명단(DL)만큼은 이제 피하고 싶다”고 했다. 올 시즌에는 햄스트링 부상을 겪었다. 이를 두고 “지난겨울 일부러 살을 찌운 게 몸에 과부하를 준 것 같다”며 “지금은 5∼6㎏을 더 뺐다. 기존의 적정 체중대로 가벼운 느낌을 받고 있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팀을 떠난 두 베테랑을 향해 애틋한 마음도 전했다. 그는 “(김)재호 선배가 거듭 ‘몸 관리를 정말 잘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허)경민이 형도 그렇고, 두 선배 모두 평소 애정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기에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작, 새 등번호도 함께한다. 2025년부터는 16번을 달게 될 전망이다. 참고로 기존 16번을 달았던 유틸리티 자원 서예일은 현역 은퇴 후 지도자 변신에 나섰다. NC 시절 달았던 13번(2020∼2022년) 역시 허경민의 이적으로 공번이 됐다.
하지만, 박준영은 이를 두고 “그 번호는 생각도 안 했다. 경민이 형이 달았던 번호라서 내겐 너무 무겁다. 16번의 경우는 과거 청소년 대표팀 시절 좋은 기억을 떠올리면서 ‘다시 한 번 잘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달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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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차세대 리더다. 10월 미야자키 교육리그부터 현재 마무리 훈련까지 계속해서 주장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동료 내야수들을 소집해 내년 시즌을 향한 목표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를 떠올린 박준영은 “동기부여 차원에서 어린 내야수들끼리 모였다. 누가 주전이 되든 서로 응원하면서 한번 진득하게 열심히 해보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내년 주전 자리를 예약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박준영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년 내내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부상과 기복이 겹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그렇기에 이를 더 악물고 내년을 준비한다.
박준영은 끝으로 “팬들께서 어떤 부분을 걱정하시는지 잘 알고 있다. 두 선배의 공백을 메꾸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더 패기 있고, 끈기 있는 모습을 보여드릴려고 한다. 기대와 응원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천=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