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팬 등 돌릴라"…골프 '늑장 플레이'에 강력 제동 건다

입력
2025.02.17 06:00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최근 프로 스포츠의 화두 중 하나는 '스피드업'이다. 경기당 소요 시간이 평균 3시간을 상회하는 야구에서 이런 움직임이 대표적인데, 메이저리그는 피치 클락과 연장 승부치기 등을 도입했고 KBO리그 역시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등으로 대책을 마련했다.

골프 역시 대표적인 '느림보 종목'이다. 18개 홀을 1바퀴 도는 데에는 통상 4~5시간 정도가 걸리고, 길면 5시간 30분이 걸리기도 한다. 출전 선수 모두가 경기를 끝내기 위해 일출과 함께 일몰까지 경기를 펼치며, 이마저도 일몰까지 경기를 못 끝내 다음날로 미뤄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경기 시간이 늘어지는 것은 인기 하락과 직결된다. 야구에서 스피드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 역시 젊은 층에서의 시청률과 관심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골프 역시 젊은 팬들을 떠나보내지 않으려면 경기 시간을 줄이는 것은 필연적인 과제일 수밖에 없고, 여러 방안이 논의되는 분위기다.



◇잘 쳐도 '늑장 플레이'로 논란 빚은 선수들

카를로스 시간다(스페인)와 브라이슨 디섐보(미국), 김주형(23). 이들은 남녀 골프에서 정상급 실력을 갖춘 선수들인데, '늑장 플레이'로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시간다는 지난해 11월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아니카 드리븐 최종 라운드에서 18홀을 도는 데 거의 6시간 가까이 걸렸다. 그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이에 대한 지적을 받은 적이 있는, 여자 골프의 대표적인 '느림보 플레이어'다.

우승자 넬리 코다(미국), 준우승자 찰리 헐(잉글랜드)은 이례적으로 시간다의 늑장 플레이에 대한 공개적인 불만을 쏟아냈다. 헐은 "늑장 플레이를 3번 이상 하면 매홀 티샷마다 2벌타를 줘야 한다"는 강경 주장을 하기도 했다.

디섐보도 과거 늦장 플레이로 비난의 화살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동하던 2019년 노던 트러스트에서 늑장 플레이를 한 것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팬들에게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는 "왜 나한테만 따지느냐"며 항변했지만 끝내는 고개를 숙였다.



김주형은 가장 최근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지난 3일 끝난 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공동 7위에 올라 시즌 첫 '톱10'을 기록했는데, 성적이 아닌 다른 곳에서 관심을 받았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대회가 끝난 뒤 김주형의 늑장 플레이를 지적했다. 최종 라운드 6번홀(파5)에서 김주형은 세컨드샷을 위해 볼 앞으로 이동하는 데 42초가 걸렸고 23초간 어드레스 자세를 취했다. 연습 스윙도 4번이나 하면서 샷을 하는 데까지 1분 5초가 걸렸다.

'늑장 플레이'에도 김주형의 샷은 바다로 빠졌고, 골프다이제스트는 "4번 연습 스윙에 23초 어드레스 결과 공을 태평양에 날린 건 끔찍한 일이다"라고 비꼬았다. 현지 해설진들은 "왜글(클럽을 가볍게 흔드는 예비동작)을 좀 덜 하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LPGA, PGA도 '규정 강화' 추진…KLPGA는 효과 보기 시작


스피드업에 대한 당위성과 함께 늑장 플레이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자, 투어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LPGA투어는 최근 늑장 플레이에 대한 페널티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한 번의 샷을 할 때 60초 이상이 소요되면 안 된다"는 게 현재 기본 규정인데, 이를 1초만 어겨도 벌금이 부과되고, 6초 이상 초과부터는 1벌타, 16초 이상 초과 시엔 2벌타를 부과한다. 프로 선수에게 벌금보다 벌타가 더 큰 효과가 있을 거란 판단에 따른 규정이다.

새 규정은 다음 달 개막하는 포드 챔피언십부터 적용된다.

PGA투어는 45초를 샷 제한 시간으로 이미 두고, 이를 어긴 선수들에 대해선 비공개로 벌금을 받는다.

이제는 늑장 플레이어의 징계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샷 클락' 도입으로 아예 시간을 실시간으로 잰다는 구상도 나온다.

근본적으로 한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 수를 아예 줄이는 방법도 꾸준히 거론된다. 100명 이상이 출전하는 대회의 경우 전체 경기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후발 주자인 리브(LIV) 골프가 한 대회 50명 남짓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고, PGA투어도 이에 영향을 받아 톱클래스 선수 70여명만 출전하는 '시그니처 이벤트'를 신설하기도 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지난해 '늑장 플레이' 제재를 도입해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역시 비공개로 벌금 혹은 벌타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경기 시간은 전년 대비 6%가 단축됐다.

결국 골프에서도 '스피드업'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된 모습이다. 느린 플레이가 '루틴'이라 주장하는 선수들 역시 이제는 자신의 루틴을 바꿔야 할 때가 온 셈이다.

LPGA투어 통산 17승의 '레전드' 도티 페퍼(미국)는 "늑장 플레이는 존중심 부족에서 나오는 일"이라며 "동료 선수와 팬, 방송사 모두를 위해 빠른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했다.

PGA투어에서 활동 중인 찰리 호프먼(미국)도 최근 동료들을 향해 "늑장 플레이로 인한 비난이 많았다"면서 "모든 선수다 경기 속도를 높이기 위해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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