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하얼빈, 최원영 기자) 역사의 멋진 한 페이지가 됐다.
한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차준환(고려대)과 김채연(수리고)은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남자 및 여자 싱글에서 각각 역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한국 피겨가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메달 2개 이상을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녀 동반 우승 역시 사상 최초의 대업이다.
한국은 1999년 강원 대회서 양태화-이천군의 아이스댄스 동메달, 2011년 알마티 대회서 곽민정의 여자 싱글 동메달, 2017년 삿포로 대회서 최다빈의 여자 싱글 금메달을 기록한 바 있다. 은퇴한 '피겨 여왕' 김연아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적이 없다. 올해 하얼빈서 차준환과 김채연이 힘을 합쳐 금메달 2개를 싹쓸이했다. 두 선수 모두 생애 첫 아시안게임서 활짝 웃었다.
특히 차준환은 한국 남자 피겨 역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가 됐다. 금빛으로 더할 나위 없는 결과를 뽐냈다.
13일 프리스케이팅서 차준환은 기술점수(TES) 99.02점, 예술점수(PCS) 88.58점으로 총점 187.60점을 빚었다.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15명 중 1위였다. 지난 11일 쇼트프로그램서는 기술점수 50.58점, 예술점수 43.51점으로 총점 94.09점을 만들었다. 전체 2위였다. 프리스케이팅까지 합산한 최종 총점서는 281.69점을 선보였다. 금메달을 따냈다.
당초 쇼트프로그램 1위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은메달리스트인 일본의 가기야마 유마였다. 기술점수 58.55점, 예술점수 45.26점으로 총점 103.81점을 자랑했다. 차준환과는 9.72점 차이였다.


가기야마는 프리스케이팅서 가장 마지막 순서로 나선 뒤 실수를 연발했다. 착지가 흔들리고 두 차례 넘어지는 등 고전했다. 기술점수 85.87점, 예술점수 85.08점, 감점 2점으로 총점 168.95점에 머물렀다. 프리 3위였다. 결국 최종 총점 272.76점으로 은메달을 기록했다. 9.72점 밀렸던 차준환이 최종 점수서 8.93점이나 앞서며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이날 차준환은 '광인을 위한 발라드(Balada para un loco)'에 맞춰 연기를 펼쳤다. 고난도의 4회전 점프인 쿼드러플 살코로 기본 점수 9.70점과 수행 점수(GOE) 3.10점, 쿼드러플 토루프로 기본 점수 9.50점과 GOE 2.47점을 챙겼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는 트리플 러츠 단독 점프로 수행했다. 트리플 악셀 후 스텝 시퀀스는 최고 난도인 레벨 4를 받았다.
가산점 10%가 붙는 후반부 트리플 플립-싱글 오일러-트리플 살코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악셀-더블 악셀 시퀀스 점프를 깔끔하게 해냈다.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에선 레벨 3를 받았다.
차준환은 단독 점프였던 트리플 플립에 전반부 연결하지 못한 트리플 루프를 붙여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도했다. 트리플 루프서 언더 로테이티드(Under rotated·점프의 회전수가 90도 이상 180도 이하로 모자라는 경우) 판정이 나와 GOE 1.17점을 잃었으나 큰 타격은 없었다. 코레오 시퀀스 후 플라잉 카멜 스핀(레벨 4), 플라잉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레벨 4)으로 경기를 마쳤다.
김채연은 이날 프리스케이팅서 기술점수 79.07점, 예술점수 68.49점으로 총점 147.56점을 획득했다. 프리스케이팅에 나선 전체 24명 중 1위였다.


지난 12일 쇼트프로그램서 기술점수 39.82점, 예술점수 32.06점, 총점 71.88점으로 2위에 올랐다. 프리스케이팅까지 더해 최종 총점 219.44점으로 금메달을 품었다. 특히 쇼트, 프리, 총점서 모두 개인 최고점을 새로 작성하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여자 싱글서도 쇼트프로그램 1위는 일본의 몫이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동메달리스트이자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2022~2024년)를 달성한 사카모토 가오리가 이름을 빛냈다. 세계랭킹 1위인 그는 쇼트프로그램서 기술점수 38.92점, 예술점수 36.11점으로 총점 75.03점을 만들었다. 김채연과는 3.15점 차였다.
프리스케이팅서 사카모토는 기술점수 65.92점, 예술점수 71.95점, 감점 1점으로 총점 136.87점(2위)을 기록했다. 연기 후반 점프 과제서 넘어지는 등 아쉬움을 삼켰다. 최종 총점 211.90점으로 은메달을 가져갔다.
이날 김채연은 칼 휴고의 '내면의 속삭임'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더블 악셀, 트리플 루프, 트리플 플립-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전부 클린 처리했다. 트리플 살코를 가볍게 소화한 뒤 플라잉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을 최고 난도인 레벨 4로 수행했다.
가산점 10%가 붙는 후반부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로 기본 점수 11.11점과 GOE 1.65점을 챙겼다. 트리플 러츠-더블 악셀 시퀀스 점프서는 기본 점수 10.12점과 GOE 1.42점을 획득했다. 트리플 플립 역시 완벽했다.
스텝 시퀀스를 레벨 4로 마친 뒤 코레오 시퀀스에 이어 플라잉 카멜 스핀과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을 각각 레벨 4로 처리하며 박수를 받았다. 김채연의 메달 역시 금빛으로 물들었다.
한국 피겨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졌다.
사진=하얼빈, 최원영 기자 / 연합뉴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