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정승민 기자) 故 송재림의 유작 '폭락'이 첫 선을 보이는 가운데, 극 중 빌런으로 활약한 민성욱이 극찬했을 정도로 빛난 고인의 열연을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폭락'은 50조 원의 증발로 전 세계를 뒤흔든 가상화폐 대폭락 사태 실화를 기반으로 한 범죄드라마를 그린다.
앞서 '폭락'은 홍보 당시부터 지난 2022년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루나 코인 폭락 사태를 모티브로 했다는 것을 강조했던 바 있다.
이에 더해 지난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현해리 감독이 해당 사태의 피해자라는 사실도 알려진 만큼, 그가 '폭락' 제작에 얼마나 진심으로 임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영화에서는 루나 코인을 마미 코인(MOMMY 코인)으로 명칭을 바꿔 재구성한다. 그렇기에 마미 코인 역시 대폭락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건 필연적인 전개다.
다만 '폭락'은 단순히 해당 사태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기 보다는 '마미 코인' 사태의 핵심 인물인 양도현(故 송재림)의 일대기를 다룬다.
가난한 집에서 엄청난 물욕을 갖고 태어난 양도현, 무속인의 말을 피하고자 했지만 결국 그는 교육의 성지인 대치동 위장 전입부터 시작해 창업지원금 부정 수급 등의 방법으로 점차 '쩐내'에 쩔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양도현은 송곳니를 감춘 괴물 케빈(민성욱)의 어장 속 그물에 걸리게 되지만, 양도현은 이를 기회로 '한탕'을 외치며 본인의 몸집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몸집을 키웠던 탓일까, 양도현 주변 물고기들은 결국 피해를 입게 되고 금융당국이라는 낚시꾼이 양도현을 주시하며 그의 '폭락'이 시작된다.
어렇듯 '폭락'은 코인 폭락 사태뿐만 아니라 이 사태의 핵심 인물인 양도현의 '폭락' 과정마저 다룬 것이다.
그런 만큼 '폭락' 에피소드를 통해 지난 2022년을 분노하게 했던 한 인물이 떠오를 수 있지만, 현해리 감독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루나 코인 폭락 사태를 모티브로 했음은 인정하되 해당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을 모티브로 하지 않았음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영화 속에서 루나, 아니 달은 양도현을 폭락으로 이끄는 주된 소재로 활용된다. 달을 절대 보지 말라는 국가재난경보가 울리고 결국 달을 본 사람들이 미쳐버린다는 괴담이 있듯, 달을 보며 '폭락'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양도현의 모습이 그려진다.
양도현을 연기한 건 지난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故 송재림. '폭락' 속 보이는 고인의 열연은 감히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압권이다. 평범한 학생이었으나 사회적 혜택의 맹점에 눈을 뜨면서 점차 이성을 잃게 되는 양도현. 특히 극 중 합을 맞췄던 민성욱 또한 감탄하면서 봤다는 '폭락' 말미 양도현의 모습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故 송재림 외에도 대학 동기 지우를 연기한 안우연을 비롯해 간사한 속셈을 숨기고 양도현에게 접근하는 케빈을 연기한 민성욱 또한 열연을 펼친다.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탓에 양도현에게 무시당하며 점차 관계가 틀어지는 지우를 시작으로, '나이스한 금융권 양아치' 케빈 캐릭터는 양도현과 삼박을 이룬다.
'폭락'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생각하게 되는 메시지는 관객마다 다양할 것으로 보인다. 양도현의 폭락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양도현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를 다시 되뇌어 볼 수도 있고, 국가 지원금 등 혜택의 맹점을 악용하는 이들을 막기 위해 사회적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故 송재림의 유작이라는 점, 2022년을 휩쓴 루나 코인 사태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 등으로 극장가에 있는 '폭락'을 찾겠지만, 故 송재림에 이어 민성욱에게 반하며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있겠다. 특히 '육룡이 나르샤' '카지노' 등 매체 연기를 비롯해 공연계에서 많은 경력을 쌓은 민성욱의 날카롭고 서늘한 연기가 일품으로 다가온다.
다만 서사 중 가끔 등장하는 양도현의 아버지의 전사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양도현 모친 박옥자(소희정)도 수시로 언급할 만큼 모종의 사건이 있는 게 분명했지만, 미루어 짐작해야 할 부분으로 남게 됐다.
끝으로 영화 말미에는 故 송재림에 대한 추모도 이어지니 함께 고인을 추억하는 것도 좋겠다.
한편, 영화 '무암'은 러닝타임 101분, 15세 이상 관람가로 오는 1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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