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A 럭키 루저' 조재호, 2패 벼랑 끝에서 韓 최초 월드챔피언까지

입력
2023.03.12 09:00
PBA 월드챔피언십 2023에서 우승한 NH농협카드 조재호ⓒ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MHN스포츠 일산, 권수연 기자) "(신)대권이 형한테 밥도 사고, 술도 사고..."

지난 11일, JTBC스튜디오 일산에서 열린 'SK렌터카 PBA-LPBA 월드챔피언십 2023' PBA 결승전에서 조재호(NH농협카드)가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를 세트스코어 5-4로 돌려세웠다.

이로써 조재호는 올 시즌 개막전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 우승, 크라운해태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월드챔피언십 왕관까지 쓰며 시즌 3관왕을 달성했다. 이는 PBA 국내선수 통산 최다 승수다. 직전까지 조재호는 통산 2승을 기록, '절친' 강동궁(SK렌터카)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나 이제는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갔다.

또한 앞서 LPBA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와 나란히 개막전, 8차전, 왕중왕전을 모두 우승했다.

PBA 사상 최초로 남녀챔피언이 개막전, 정규 마지막 투어에 월드챔피언십까지 챔피언 타이틀을 가져온 매우 희귀한 사례다. 조재호는 PBA 국내선수 최초로 월드챔피언에 오르는 기쁨까지 함께 안았다.누적상금은 5억3백만원으로 기존 5위에서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LPBA 우승자 스롱 피아비(좌)-PBA 우승자 조재호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경기 후 만난 조재호는 "얼떨떨해서 잘 모르겠다"는 현실적인 소감을 가장 먼저 정했다. 앞서 나란히 여자부 챔피언에 오른 스롱의 대답과 같았다.

그는 "시합을 하며 항상 느낀거지만 대진표가 좋은 경기에서는 우승을 해본 기억이 없다"며 "사실 댓글을 잘 안 보는데 쿠드롱을 이기고 나서는 댓글을 살짝 봤다, 한 댓글에 '쿠드롱 이기고 우승한 사람 없는데 조재호가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 다음 8강전 필리포스와의 경기는 이상하리만치 앓았다. 그는 "마음을 조금 비우고 쳤다"고 밝혔다. 그랬더니 4강행 문이 열렸다.

다만 조재호의 이번 월드챔피언십 시작이 썩 순탄하지는 않았다. 32강전에서 하비에르 팔라존(휴온스), 신대권, 최원준과 한 조를 이룬 조재호는 1승2패의 성적으로 불안하게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일찌감치 짐을 싸도 이상하지 않은 출발이다.

팔라존에게 3-2로 잡히고, 최원준에게는 완봉패를 당했다. 신대권과의 경기에서만 3-0으로 이긴 상황이었다. 그러나 신대권이 최원준을 3-1로 꺾는 바람에 졸지에 16강행 티켓을 손에 넣게 됐다.한 마디로 '럭키루저(Lucky loser)' 였다.NH농협카드 조재호ⓒ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보통 테니스에서 쓰이는 단어인 '럭키루저'는 자력으로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대회 시작 이후 본선에서 부상 등으로 인한 기권자가 나와서 그 기권자 대신 본선에 합류하게 되는 선수를 일컫는 말이다. 이런 '럭키루저'가 우승까지 가는 일은 매우 드물다.

하지만 2패로 기사회생하며 국내선수 중 PBA 통산 최다승에 최초 월드챔피언까지 오른 조재호에게 이보다 어울리는 말은 없었다. 물론 조별리그에서 기권한 선수는 없다. 하지만 경우의 수가 그를 기적적으로 살렸다.

그 길로 정상까지 달렸다. 한번 고비를 넘자 세트제에서는 훌훌 날았다. 16강전에서 '황제' 프레드릭 쿠드롱(웰컴저축은행)을 3-1로 꺾고 8강에서 카시도코스타스(하나카드)를 돌려세웠다.

그리고 마침내 외인 선수들이 강세인 월드챔피언십에서 '토종 슈퍼맨'으로 첫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월드챔피언십 원년시즌(2020-21) 강동궁도 결승에 올랐지만 사파타에게 잡혀 준우승에 머무른 무대였다.PBA 월드챔피언에 오른 NH농협카드 조재호가 아내와 포옹하고 있다ⓒMHN스포츠 박태성 기자NH농협카드 조재호ⓒ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조재호는 "결승전에 한 명의 한국 선수는 꼭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댓글들을 보면 '한국선수는 왜 없느냐'는 말들이 종종 보이는데 괜히 내가 찔리고 그랬었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 자리에 내가 우승을 하게 되며 조금이나마 해소를 시켜드리는 것 같아 다행이고, 솔직히 시즌 2승을 했기에 월드챔피언십 우승은 생각조차 못했다, 게다가 첫 경기가 1승2패였는데 거기서 올라와서 이런 상황까지 올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며 웃음지었다.

"(신)대권이 형에게 밥과 술을 사야할 것 같다"는 농담은 덤으로 붙었다.

다만 아직도 그는 만족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정체하지 않으려 한다. 조재호는 "오늘도 시합을 하면서 '아직도 부족한게 많이 있구나' 싶었다"며 "아직도 연습한대로 치지 못하는 공들이 있었다, 이걸 좀 더 확실히 연습해야겠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일단 우승을 했으니 단단하고 좋아지는 점들도 있겠지만 헛점이 계속 보이는 시합들을 하고있어 완벽한 만족은 없을 것 같다, 그 점을 조금씩 보완해나가면 우승이 더 많이 늘지 않을까 싶다"라고 털어놓았다.

정규리그 개막전과 마지막 투어 남녀챔피언이 왕중왕에 다시 오르고, 한국 남자선수 최초로 월드챔피언이 탄생했다. 최초의 기록을 두 번이나 남긴 올 시즌 최종장이 막을 내렸다.

조재호는 "올해 너무 잘해서 부담스럽지만, 내년에도 이 자리에 앉아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길 소망한다"는 말로 차기 시즌을 겨냥했다.<저작권자 Copyright ⓒ MHN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포키톡 188 새로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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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고했어
    축하합니다
    11달 전
  • 제이은제이
    응원해요 화이팅ㅎㅎ
    11달 전
  • 조이네
    응원합니다
    11달 전
  • 꼬미남편
    축하합니다
    11달 전
  • 정생물
    대박
    11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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