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유석주 인터넷기자] 넘는 게 불가능해 보이는 벽도, 쉬지 않고 도약하다 보면 넘을 것만 같은 순간이 온다. 소노가 그랬다.
고양 소노는 13일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수원 KT와의 2024-202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63-69로 패배했다.
소노의 난항이 예상되는 경기였다. 상대는 KBL 평균 리바운드 1위(39.0개)의 KT. 비록 조던 모건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소노 역시 핵심 빅맨 앨런 윌리엄스가 무릎을 다쳐 경기를 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반면 모건이 없어도 레이션 해먼즈(200cm)와 하윤기(203.5cm)로 구성된 KT의 높은 성벽은, 안 그래도 평균 리바운드 9위(33.9개)였던 소노에겐 천적과 같았다.
그리고 시작된 점프볼,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했다. 전반전을 26-40으로 뒤진 소노는 리바운드에서도 11-26으로 압도당했는데, 공격도 안정적이지 못했다. 2쿼터까지 무려 10개의 실책을 기록하며 상대에게 무수한 속공전환을 허락했고, 소노보다 크고 빠른 농구를 앞세운 KT는 경기를 장악해갔다.
이대로라면 무난한 패배가 예상되는 상황. 그러나 소노는 후반전부터 경기의 흐름을 뒤집었다. 3쿼터 점수를 26-17로 앞서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더니, 4쿼터 5분에 들어선 59-59로 동점을 맞춰 극적인 클러치 타임을 연출한 것이다. 비록 마지막 순간 치명적인 공격 리바운드를 내주며 역전엔 도달하지 못했지만, 이날 소노의 후반전 경기력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과연 무엇이 소노를 180도 달라지게 했을까.
진짜 범인을 찾은 소노 : 좋은 공격으로 좋은 수비를 이어가다.
농구에선 ‘좋은 수비는 좋은 공격으로 이어진다’라는 말이 정설처럼 쓰인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분명 전반전까지 소노가 리바운드에서 크게 밀린 건 맞지만, 직관적인 세컨드 찬스 득점 자체는 8-5로 큰 차이가 없었다. 진짜 범인은 실책이었다. 2쿼터까지 실책에 의한 득점을 17점이나 내주며 안 그래도 높고 빠른 KT에게 쉬운 공격 기회를 제공한 게 원인이었다. 이는 역설적으로, 소노가 공격만 잘 매듭지을 수 있다면 KT와 대등한 싸움이 가능함을 뜻했다.
그래서 소노의 김태술 감독은 3쿼터부터 이재도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농구를 가동했다. 전반전에만 17점을 기록한 이재도는 디제이 번즈, 케빈 켐바오 등 누구와 합을 맞춰도 훌륭한 퍼포먼스를 자랑했고, 이날 야투 득점이 없었던 이정현 역시 적극적인 드라이브를 통해 자유투로 볼륨을 챙겼다.
그렇게 소노가 10점 차 이내까지 쫓아오자, 3쿼터 5분이 지날 때까지 4점에 그치며 공격이 얼어붙은 KT는 무작정 큰 라인업을 고집할 수 없었다. 결국 하윤기 대신 박성재 등을 투입하며 적극적인 3점을 노렸지만, 3쿼터 KT는 12개의 3점 슛을 던져 단 3개만 집어넣는 등 외곽에서 부진했다. 이때 소노는 상대의 3점 불발 뒤 불규칙한 리바운드도 모두 잡아내며 3쿼터 리바운드 개수에서도 10-7로 우위를 점했고, 이는 이후 거센 추격의 시작점이 되었다.
키가 아닌 발로 상대를 막아야 할 때 : 림을 감싸는 패킹(Packing)과 덫을 놓는 트랩(Trap)
이날 김태술 감독이 사전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건 ‘한 발 더 뛰는 농구’였다. 이는 단순히 선수들의 의지만 강조한 게 아니었다. 이 경기 소노는 일차적으론 림을 감싸듯이 안쪽을 좁혀 빅맨의 페인트 존 진입을 막는 패킹을, 빅맨이 들어왔을 땐 기습적으로 도움 수비를 붙는 트랩을 섞어가며 사용했다. 이 수비에서 중요한 건 선수들의 발이다. 높이의 열세를 빠른 속도로 대처해 상대의 장점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다. 실제로 정교한 야투 생산을 통해 KT의 속공을 어느 정도 틀어막은 소노는, 이재도의 뱅크 슛으로 59-59 동점을 맞춘 상황까지 해당 수비를 비교적 잘 수행하며 역전을 노렸다.
하지만 떨어진 에너지 레벨이 발목을 잡았다. 높이를 발로 따라잡는 수비는 상당한 체력 소모를 요구하고, 가뜩이나 득점 런을 달리며 추격하는 입장이었던 소노는 4쿼터 막판 치명적인 공격 리바운드를 연달아 허용하며 후반전 단단해진 방패에 금이 가고 말았다. 마지막까지 득점을 노리며 균형을 맞추고자 했지만, 오늘 야투가 얼어붙었던 이정현의 3점 슛마저 림을 벗어나며 소노는 아쉽게 극적인 승리까지 도달하진 못했다.
그러나 한때 19점까지 벌어졌던 격차를, 그것도 핵심 센터가 없는 팀이 4쿼터 동점으로 따라잡은 뒤 클러치 타임으로 전개한 순간은, ‘팀’ 소노가 가진 힘을 분명히 느끼게 했다. 과연 다음 경기에선 소노가 그 끝을 승리로 완성할 수 있을까. 오는 15일, 안양 정관장과의 승부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점프볼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