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딪치고 깨지면서 배우겠다” 소노에서 뭉친 김태술 감독·박찬희 코치

입력
2025.01.18 07:00
[점프볼=조영두 기자] 고양 소노는 선수 폭행 논란으로 사퇴한 김승기 전 감독을 대신해 김태술 감독에게 새롭게 지휘봉을 맡겼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파격적인 선택이다. 사실상 지도자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 김태술 감독은 자신을 보좌할 코치로 과거 안양 KGC(현 안양 정관장)에서 우승을 합작한 박찬희 코치를 선택했다. 박찬희 코치 역시 첫 지도자 커리어다. 지도자 경험이 없어 우려의 시선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젊은 리더십을 바탕으로 소노를 이끌어 가고 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1월호에 게재됐으며, 인터뷰는 2024년 12월 4일에 진행됐습니다.

소노로 오게 된 과정은?

김태술 감독 KBL 유스 엘리트 캠프 일정으로 강원도 양구에 있었다. 근데 갑자기 단장님께서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바로 감독직 제의를 하셨다. 그리고 그날 바로 양구로 오셨고, 제의를 받아들였다. 처음엔 몰래 카메라인줄 알았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코치 경험과 더불어 지도자 경험이 없는데 나 스스로도 정말 놀랐다. 정신없이 시간이 가서 아직도 여기에 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박찬희 코치 나는 감독님 선임이 결정된 저녁에 전화를 주셔서 같이 해보자고 하셨다. 처음엔 많이 당황했다. 그래서 시간을 달라고 말씀드렸다.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또 전화를 주셨다. “어차피 깨질 건데 같이 부딪치면서 해보자”고 하시더라. 이 말에 확 끌려서 결정을 하게 됐다. 너무 좋은 기회라 감독님 말대로 부딪쳐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은퇴 당시에는 지도자 생각이 없다고 밝혔는데?

김태술 감독 (원주) DB에서 은퇴할 때 이상범 감독님께서 코치 제의를 하셨다. 그때는 정말 지도자 생각이 없어서 거절했다. 이후 3년 정도 시간이 흘렀는데 농구가 그립긴 하더라. 지난해 연세대 코치로 한 달 정도 있으면서 내가 즐겁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농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노하우나 생각을 코트에서 실현시키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던 찰나에 소노에서 감독 제의를 하셨다.

박찬희 코치 이렇게 좋은 기회가 왔는데 거절한다면 나중에 정말 후회할 것 같았다. 경험이 없지만 누구나 처음엔 경험 없이 시작하지 않나.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고민 끝에 코치직을 수락하게 됐다.

김태술 감독은 연예기획사와 계약이 되어 있었고, 박찬희 코치는 최근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는데?

김태술 감독 소속사와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서 계악을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이후 지도자를 준비하면서 자격증을 취득했다. 소속 없이 계속 지도자 준비를 해오던 상황이었다.



박찬희 코치
유튜브 채널은 그냥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에 무지성으로 만들었다. 대단한 유튜버가 되겠다는 게 아니라 농구 이야기와 더불어 인터뷰에서 할 수 없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근데 팀에 어떤 방향으로도 해를 끼치면 안 되기 때문에 지금은 채널을 닫아 놨다.

두 사람과 인연이 깊은 과거 인삼신기 멤버들의 연락은 받았는지?

김태술 감독 (양)희종이, (오)세근이, (이)정현이 모두 축하한다고 연락이 왔다.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해주더라. 나는 이제 지도자가 됐지만 세근이와 정현이는 아직 현역이다. 가까운 곳에 그 친구들이 있다는 게 심적으로 안정감이 생긴다.

박찬희 코치 나도 세근이와 정현이에게 축하한다고 연락받았다. 그 이외에 다른 이야기는 없더라. 마지 못 해 전화한 것 같다(웃음).

코칭 스태프 모두 지도가 경험이 없어서 우려의 시선이 크다.

김태술 감독 다른 분들보다 나 스스로 더 많이 걱정하고 있다. 경험이 없고, 선수단을 어떻게 운영할지 기준을 못 잡은 상태에서 감독이 됐다.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다. 나에게 닥친 모든 좋지 않은 일들을 스스로 깨우치면서 배워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부터 공부를 열심히 한다면 큰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어차피 깨질 텐데 그러면서 배울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 중이다.

박찬희 코치 나도 감독님과 비슷한 맥락이다. 몸소 경험하는 게 가장 빠르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다거나 준비를 마쳤다고 해서 기회가 오는 건 아니다. 제대로 깨지면서 배워보도록 하겠다.

아직 젊기 때문에 훈련 시간에 선수들과 몸으로 부딪칠 수 있을 것 같은데?

김태술 감독 나는 은퇴한지 3년이 지나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 꾸준히 몸을 만들 생각이다. 직접 부딪치면서 선수들에게 내가 하고자 하는 농구를 알려주려고 한다. 이게 장점이 될지 선수들의 기를 죽일지 걱정이긴 하다(웃음). 그래도 도움이 된다면 직접 보여주면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팀을 만들어 나가겠다.



박찬희 코치
나는 은퇴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직접 보여주려고 하고, 특히 2대2 수비 같은 경우에는 몸으로 보여주는 게 가장 좋다. 직접 부딪치는 게 선수들이 빨리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선수들과 일대일 대결을 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선수들이 부상당하면 안 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하려고 한다(웃음).

최근 팀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어서 분위기를 추스르는 게 먼저였을 것 같다.

김태술 감독 분위기를 추슬러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프로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더한 상황도 생기는 곳이 프로다. 선수들은 코트에서 해야 할 것만 하면 된다. 이 부분을 강조했다. 시간이 지나면 잊힐 거라 생각한다.

박찬희 코치 감독님 의중을 100% 이해한다. 코트 밖에서는 간섭을 하지 않으려는 스타일이시다. 대신 코트 안에서 해야 할 것을 강조하신다. 이걸 못하면 프로선수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감독님 말씀에 동의하고, 거기 맞춰서 선수들을 이끌어가려고 한다.

선수들과 수평적인 관계 강조가 인상적인데?

김태술 감독 권위적이지 않겠다는 생각을 선수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수평적인 관계라고 해서 친구 같은 사이가 아니다. 코칭스태프가 억압하고 누르는 게 아니라 심적으로 이전과 다르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 내가 감독이라고 해서 선수들이 불편해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눴으면 한다. 감독은 선수들이 제일 잘할 수 있는 걸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매니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나쁘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박찬희 코치 수평적인 관계는 쉽게 말해 서로 리스펙(Respect)하는 거다. 존중의 의미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수평이라고 같은 선상이라는 게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 코칭스태프는 해야 될 역할이 있고, 선수들도 해야 할 역할을 스스로 하면 된다. 그래야 좋은 의미의 수평적 관계가 될 수 있다.

“플레이오프 목표로 준비할 것”

소노는 김태술 감독을 빠르게 선임해 팀을 재정비하려 했지만 창단 최다인 9연패(12월 8일 기준)에 빠졌다. 김태술 감독 부임 후 6전 전패다. 이정현의 부상과 1옵션 외국선수 앨런 윌리엄스의 컨디션 난조로 최상의 전력을 가동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김태술 감독, 박찬희 코치는 승리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하위권에 있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팀 합류하고 3일 만에 첫 경기를 치렀는데 어떤 걸 가장 먼저 준비했는지?


김태술 감독 이전 경기 기록을 보고 팀의 방향성을 정했다. 3점슛이 강점이라고 하는데 성공률이 10개 구단 중 9위더라. 또한 공격 리바운드는 괜찮은 반면, 수비 리바운드가 하위권이었다. 이 둘을 합치면 리바운드가 중간 정도였다. 스틸은 2위더라. 3점슛을 잘 던지고, 스틸에 강점이 있으니 수비 리바운드 수치만 늘리면 빠른 트랜지션이 가능할 거라고 봤다. 3점슛을 던질 수 있는 선수들이 많은데 과정을 만들어주면 심적으로 편안하게 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100개를 준비했다면 10개도 못했다. 그래도 첫 경기부터 지금까지 지표를 보면 긍정적이다.

박찬희 코치 나는 선수 시절 전술 이행 능력이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방향도 빠르게 이해했다. 시간이 없으니까 큰 틀만 잡아주셨는데 혼란스러워하는 선수들이 있다. 그걸 빨리 흡수할 수 있게 돌아다니면서 알려주고 몸소 보여주기도 했다. 이게 내 역할이다. 아직 할 게 많아서 더 해나가야 한다.

선수단과 친해질 시간도 부족했을 것 같다.

김태술 감독 시간이 없었다. 식사라도 해야 친해질 기회가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나도 아직 어떤 친구들인지 모른다. 농구적으로 파악이 안 되는데 성격도 잘 모르겠다. 나름 요즘 애들이 쓰는 말을 사용해서 MZ 세대처럼 장난을 치면서 다가가려고 한다(웃음). 이전 감독님이 무서웠기 때문에 벽을 깨려고 노력했다.

박찬희 코치 나는 같이 뛰어봤던 선수들이 많다. 내가 먼저 나서서 대화를 시도하려고 한다. 지금 감독님이 하실 게 너무 많다. 선수들의 특징, 장단점, 성격 등은 내가 다 알고 있어야 되는 위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수들과 좀 더 교감하려고 한다.

연패 기간 동안 가장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김태술 감독 선수 구성이 너무 슈팅에만 장점이 있는 선수들만 모여 있다. 공 운반이나 경기를 조립하는 선수가 부족해서 경기 운영하는데 답답함이 있다. 이러다보니 3쿼터까지 잘하고 4쿼터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해줘야 될 선수들이 이미 3쿼터에 과부하가 걸린다. 주축 멤버들을 1, 2쿼터에 쉬게 해줘야 하는데 그럼 드리블을 칠 수 있는 선수가 없다. (이)정현이와 (이)재도를 빼면 다 받아먹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재도가 빠지면 공 운반이 안 된다. (김)진유, (민)기남이, (박)종하가 더 늘어야 한다. 기회를 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려고 한다.

박찬희 코치 나도 감독님과 같은 생각이다. 요즘 시간이 없어서 밥 먹고 회의하고 훈련하고 반복이다. 계속 같은 안건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다보니 생각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



지도자를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김태술 감독 처음에 넥타이를 잘 못 매서 너무 힘들었다(웃음). 계속 연습하니까 능숙해지더라. 농구적으로는 아까 말했듯이 앞선에 공을 운반할 수 있는 선수가 너무 없다. 정현이도 부상이라 더 많이 고민해야 된다. 더 걱정인 건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이 과부하가 걸려서 부상이 올까봐 우려스럽다.

박찬희 코치 힘든 부분이 정말 많다. 선수 시절 말년 벤치에 있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 선수들이 뭐가 안 되고 어떤 게 필요한지 판단이 빨리 되더라. 코트를 넓게 보면서 감독님께 어떤 선수가 체력이 떨어진 것 같다. 교체가 필요하다고 말씀을 드린다. 또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상대 팀이 어떤 수비를 준비해서 나왔는지 파악하려고 한다. 2대2 수비는 한번 보면 알 수 있다. 재도 수비를 어떻게 하는지, 뭘 준비했는지 다 적어놓는 편이다. 필기를 하지 않으면 정신이 없다.

팀에 완전체 전력이 됐을 때 장기적으로 구상하는 농구는?

김태술 감독 (서울) SK와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팀 컬러가 섞여 있으면 최고가 아닐까 싶다. 강한 압박 수비로 스틸을 만들어서 속공으로 연결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빠른 트랜지션과 달리는 농구를 좋아한다. 앞으로 이런 농구를 하게끔 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어렵다. 훈련 시간 없이 확 바꿀 순 없다. 확실한 게 아니면 세팅 다시 해서 24초 안에 슛을 던지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정현이가 부상에서 돌아오고 멤버 구상이 정상적으로 되어 리바운드에서 힘을 내주면 트랜지션 게임이 충분히 가능하다. 재도와 정현이가 함께 뛰며 수비가 분산되는 효과도 있다.

박찬희 코치 감독님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농구를 나도 너무 좋아한다. 내 플레이 스타일도 그랬고, 요즘 트렌드에도 맞다고 생각한다. KBL은 수비 준비를 정말 많이 한다. 때문에 세트 오펜스만 해서는 승리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트랜지션 게임은 상대 수비가 약속된 움직임이 아니기 때문에 대비를 못한다. 최근 몇 시즌 동안 강팀들을 보면 트랜지션 게임이 좋고, 수비에서 압박을 잘했다. 감독님이 이런 팀 컬러를 추구하신다면 내가 옆에서 많이 도와드릴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한때 국가대표 가드였는데 현재 물이 오른 이정현을 어떻게 키우고 싶은지?

김태술 감독 첫 만남에서 정현이한테 따로 개인적인 미팅을 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나보다 농구를 잘하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겠나. 다만 현재 정현이는 혼자서 하는 농구에 익숙하기 때문에 동료들을 이용할 줄 아는 법을 알아야 한다. 농구에서 패턴은 무조건 필요하다. 그럼 나중에 경기를 보는 눈이나 템포 조절 능력이 좋아질 거다. 경기를 보는 눈과 시야를 넓혀주고 싶다.

박찬희 코치 정현이는 기술적으로 이야기할게 없다. 나는 정현이 신인 시절부터 팬이라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경기 운영만 좀 더 예리하게 했으면 좋겠다. 패스 능력이 있고, 경기 흐름을 파악할 줄 알기 때문에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럼 이정현이 코트에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 선수와 벤치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상대가 봤을 때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는 수준까지 도달하면 더 무서운 선수가 될 것이다.



소노에서의 올 시즌 목표는?


김태술 감독 현재 연패를 타고 있지만 플레이오프는 무조건 갈 거라고 생각하고 준비 중이다. 갑작스럽게 부임했다고 해서 면죄부가 될 거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런 생각은 하고 싶지도 않다. 정현이가 돌아오고 외국선수 컨디션이 올라오면 충분히 해볼 수 있는 전력이다. 일단 플레이오프에 도전하는 게 목표다. 가능하다면 내가 원하는 농구가 4, 5라운드쯤에는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찬희 코치 팀 성적을 감독님이 플레이오프로 잡으셨다면 같은 생각을 갖고 가야 한다. 선수단이 기존과 달리 좀 더 신이 나서 경기다운 경기를 했으면 한다. 선수들도 팬들도 만족할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잡고 가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소노 팬들에게 한 마디?

김태술 감독 우려와 걱정의 시선으로 보고 계신데 나에게는 좋은 기회다. 기존에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던 선수들도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나와 선수들 모두 같이 시즌을 치르며 성장했으면 한다. 팬들이 걱정하시겠지만 내 모든 시간을 농구에 갈아 넣고 있다. 노력의 결과는 시간이 지나면 나올 거라 생각한다. 욕은 하셔도 되는데 선수들 응원 많이 해주시고 체육관도 많이 찾아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찬희 코치 나 역시도 팬들의 우려와 걱정이 많으시다는 걸 알고 있다. 부담감을 이겨내고 좋은 팀, 좋은 성적으로 보답드릴 테니 믿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체육관도 많이 찾아와주시고 선수들에게 힘이 되는 응원 부탁드린다.

# 사진_유용우 기자,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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